1963년 12월 대학 졸업생을 비롯한 247명의 청년이 독일로 가는 전세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성장 과정에서 노동력이 부족했던 서독에서 광부로 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선발된 첫 파독 광부들이었다. 광부의 파견은 1963년 한국·독일 간 체결된 기술협정에 의해서 시작됐다.
당시 독일은 자국민들이 고된 육체적 노동을 기피하자 이를 담당해 줄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했으며, 한국은 취업난 극복을 위해 해외 인력 수출을 적극 권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같은 해 한인들의 독일 광산 취업이 이뤄졌다. 한국은 독일의 요구에 따라 광부 파견을 위한 신체검사를 엄격히 실시했으며, 3년마다 인력을 교체하는 방식을 취했다. 1977년까지 서독으로 파견된 광부는 7천936명에 달했다.
이들은 독일 탄광 지하 1천200m의 막장에서 일했다. 헬멧에 달린 등불에 의존해 하루 16시간씩 연장근무를 하며 탄을 캐내는 과정에서 돌이 떨어져 팔과 얼굴 등에 상처가 나는 일은 예사로 일어났다. 오죽하면 “글뤼 크 아우프(Glueck auf)”라고 인사를 했을까. 이 독일어 인사말은 ‘죽지 말고 살아서 올라오라’는 뜻이다.
광부에 뒤이어 간호사도 파견됐다. 동서 냉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66년 10월 15일 서베를린에 한국의 간호사 1천126명이 처음으로 도착했다. 이에 앞서 1960년부터 가톨릭교회를 통해 800여 명의 한국 간호요원이 서독에 파견되기는 했으나 대규모 공식 파독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독일로 간 간호사는 1977년까지 1만371명이나 됐다.
파독 간호사도 광부와 같이 최초 3년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진출 초기에는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으나 환자를 정성껏 돌보고 부지런히 일해 의사들의 인정을 받았다.
우수한 교육을 받고 환자를 위한 헌신적인 직업정신을 보여준 한국 간호사는 독일인에게는 경탄의 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수간호사로 승진했으며, 전문 자격증을 따거나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사가 된 경우도 많다. 독일에는 간호사가 모자랐기 때문에 한국 간호사는 거의 모든 독일병원에서 일할 수 있었다.
독일어를 어느 정도 습득하자 독일병원에서는 장기체류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1972년 독일 전역에서 최초로 한국인 간호사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은 추후 간호조무사회와 통합해 서베를린 간호요원회로 개칭됐다. 베를린에 이어 각 지역에 간호요원회가 설립됐으며, 1986년에는 재독간호연합회가 창설됐다.
파독 광부 출신 중 귀국하거나 유명을 달리한 사람도 있지만 2천여 명은 현지에 정착했다. 간호사 역시 상당수가 계약 종료 후에도 귀국하지 않고 남았다.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의 상당수가 결혼적령기의 미혼이었다. 그래서 광부와 간호사가 결혼, 독일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간호사들은 광부 외에 유학생, 독일인 등과도 결혼해 독일에 정착했다. 현재 유럽 지역 동포 가운데 40%를 차지하는 재독 동포의 상당수가 간호사와 광부 출신, 그리고 이들의 2, 3세다.
파독 광부는 광산에서 맺어진 끈끈한 단결력과 고된 육체노동으로 다져진 강한 정신력으로 독일사회에 정착할 수 있었다. 또한 독일을 발판으로 다른 나라로 이주해 살기도 했다. 초창기에 파견된 광부 중 일부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지로 흩어졌다. 특히 1967년부터 기회의 땅 미국으로 건너가기 시작한 파독 한인 가운데 가장 많은 700여 명이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해 오늘날 LA 코리아타운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독일 파견 광부와 간호사는 열심히 일해 받은 봉급을 아껴 대부분 국내 가족에게 송금함으로써 한국 외환보유액 증가와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1967년 한 해만 볼 때 이들의 송금액은 한국 상품 수출액의 35.9%, 무역외 수입의 30.6%를 차지했다. 광산 근로자와 간호사 이외에 기술자의 명목으로 1971년부터 5년에 걸쳐 931명의 한국인이 독일로 건너가기도 했다.
이외에 독일에 유학했다가 그곳에서 상주하게 된 사람도 있다. 이들은 대학에 남아 한국학을 가르치거나 의학계 등 전공과목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다.
독일에는 한인 동포가 많기 때문에 지역별로 한인회가 결성돼 있다. 외교부가 발간한 ‘2013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2012년 12월 기준으로 유럽의 재외동포 수는 61만 명이며, 재독 동포는 3만3천774명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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