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는 없지만, 거룩한 삶으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뿜는 공동체가 있어 찾아가보았다. 북한산 자락에 오롯이 자리 잡은 아름다운마을공동체 내 마주이야기에서 최철호 목사(아름다운마을공동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하늘나라가 이럴 것’이라는 기분 좋은 느낌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래는 최철호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1. 먼저 아름다운마을공동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공동체는 제가 대학교 4학년 때인 1991년도부터 시작했는데, 그 때 교회는 아직 없었습니다. 군목 제대하자마자 교회를 개척하여 2000년 7월 첫 주에 예배를 드렸습니다. 공동체를 먼저 하고 지역의 소공동체 교회를 개척하는 형태로 했습니다.
이 지역에 있는 소공동체 교회 3개와, 농도상생마을공동체라는 비전을 가지고 2011년 7월부터 새롭게 마을을 시작할 홍천에 있는 한 교회를 합치면 교회는 모두 4개이고 전체 인원은 130명 가량 됩니다. 예배는 7-8명으로 구성되는 기초공동체 단위로 매주 토요일이나 주일에 드리고 있습니다. 기초공동체 목회위원들 중에는 신학을 한 분도 있고, 일반 성도님들도 있습니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습니다. 이 분들은 예배 주관, 말씀 나눔, 공동체 지체들의 들고 남에 대한 판단 등 지역교회의 부교역자들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마을별로, 한 달에 한 번 세 교회가 연합하여 예배드립니다.
생활공동체는 결혼으로 된 30 가정과 비혼 청년 4명이 모여 공동생활을 하는 집 7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에는 재산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기초생활공동체라 합니다. 비혼 청년의 경우 결혼을 하기 전에 대개 공동생활을 합니다. 저희 마을은 행정구역상의 개념이 아니라 밤에 아이를 데리고 마실 갈 수 있는 거리, 즉 걸어서 5-10분 이내의 거리를 마을 기준으로 잡고 그 거리 내에서 집을 구해 살고 있습니다. 육아 주체가 소외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밤에 움직일 수 있는 거리만큼 교제권을 형성하는 것이 마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예수원처럼 테두리가 처져있는 공동체가 아니라 이미 형성되어 있는 동네에 들어가서 살고, 점심과 저녁식사를 같이 합니다. 가장 행복했을 때가 취사병 시절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청년이 대학을 그만두고 식사를 담당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밥상공동체에는 기초생활공동체 이외에도 마을공동체에 관련된 모든 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역민들 중에서 밥상공동체에만 참여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차를 마시거나 영화를 보는 일도 마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여 ‘마주이야기’라는 마을찻집도 시작했습니다.
공동 육아를 위한 어린이집과 초등 저학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인가를 받았지만,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대안학교 특성에 맞는 교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것과 맞지 않는 요구가 있기 때문에 비인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홍천에 초등 고학년과 중등과정 대안학교를 개교할 예정입니다.
청년교육의 틀은 기독청년아카데미입니다. 기독청년아카데미는 원래 청년 상설연구원으로 공동체 지도력을 훈련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 몇 개 단체와 연대해서 아카데미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공동체 지도력 훈련원은 1년 과정과 심화과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 훈련원은 공동체를 시작하려고 하는 분들, 교회 개척을 하려는 신학생과 목회자들 가운데 본인의 생각과 일관성 있게 사역하려고 하는 분들을 도우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지역사회 선교의 주제를 생명평화통일로 잡고 같은 주제로 활동하는 단체와 연대하여 서울시에 NGO로 등록해서 생명평화연대라는 사회선교단체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 재정을 공유하는 기초생활공동체는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그리고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매우 다양하여 재정 규모나 관리가 매우 복잡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재정공유는 공동체 내에 재물의 편차가 가지고 오는 문제들이 계속 있기 때문에 하나의 이상처럼만 있었던 것인데, 이것이 우리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 원하는 사람들끼리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6가정과 미혼 1명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교회에 출석만 하는 분, 밥상 공동체에만 참석하는 분, 모든 재정을 공유하는 분 등 재정 규모와 재정의 관리 형태가 다양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의 재정 관리는 모두 청지기 직분입니다. 그 정신에 똑바로 서면 돈을 다 모아서 관리하는 것이나 혼자서 돈을 쓰는 것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사실 은행도 우리 돈을 다 모아서 관리하는 것 아닌가요? 아직까지 경제문제로 어려움을 있었던 경우는 없었고요. 6가정이 모여 있기 때문에 수입 규모가 다 다릅니다. 대기업 다니는 분도 있고, 직업이 없는 분도 있거든요. 처음 시작할 때 보험과 적금, 결혼 준비로 마련한 전세금 대출 등 동산과 부동산을 모두 공유하였습니다. 우선 각자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모은 후 교육비, 의료비, 교통비 등 각자 필요한 생활비를 가지고 가서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서 느끼는 것은 공은 공을 낳고 사는 사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처음 기초생활공동체를 시작할 때 차가 4대 있었습니다. 한 대를 팔고 3대만 가지고 시작했는데, 그 중 한 대를 누구나 보험에 가입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차들보다는 이 차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쓰기가 편하니까. 다른 차는 서 있어도 그 차는 사용됩니다. 결국 다른 차들도 누구나 보험에 가입해서 공동체가 다 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전체적인 생활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서관에 책을 모으거나 식사를 같이 하게 되면 방이 하나는 없어져도 되므로 전세금 2, 3천만 원이 줄게 됩니다. 이렇게 되니까 결혼 자금에 대한 상식이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도시에서 자본에 주눅 든 삶으로부터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3. 여기가 수유5동인데 이 지역에서 아름다운마을공동체를 시작하신 까닭이 있으신가요?
공동체를 시작한지 10년이 된 시점부터 과거에 문제되지 않던 것들이 문제되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가 그것이었어요. 자기의 신앙고백에 일관성 있게 사는 것은 같이 공부하고 신념을 맞추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청년사역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으로 청년 사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곳, 도시 안에서 최소한의 생태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과정에 이 지역을 알게 되었습니다. 군복무로 철원에 다닐 때 수유를 거쳐 갔기 때문에 그것이 인연이 되었던 것이죠. 이 지역은 북한산 국립공원 지역으로 묶여 있어서 개발 제한 지역이라 건폐율이 20%밖에 되지 않고, 3층 이상 건물은 짓지 못합니다. 재산권의 입장에서는 매우 좋지 않지만, 우리 공동체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죠.
4. 신앙적인 훈련을 위한 활동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신앙훈련을 위해서 강조하는 것은 없습니다. 공동체 생활 영성 훈련이란 자율적인 결정과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서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출신 배경에서 지금까지 경험했던 신앙 훈련의 형태들을 존중합니다. 기초공동체 단위로 자기 경건 훈련 계획 나눔을 하고 게시판에 올려서 공유하는데, 새벽마다 택견 수련하기, 성경 통독 모임, 경건 서적들을 반복적으로 읽기, 심지어 동의보감을 읽어가면서 하나님의 뜻을 읽어가기 등 다양한 경건 훈련 방식이 눈에 띱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후인데요, 게시판에 올리고 나서 실천하지 않으면 야단납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잔소리를 해주는 것이죠. 개인이 자율적으로 설정하되, 그 설정한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도록 주변에서 지켜주는 것입니다. 인간은 홀로 있을 때 의지력이 약해지기 쉬우니까요. 이 힘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음으로는 저희들이 ‘생활피정’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낮에는 생활하고 밤에만 와서 피정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생활피정은 낮에는 학교로 활용되고, 밤에는 마을수도원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합니다. 신청자들은 직장에서 돌아온 후 식사하고 같이 청소한 후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대 침묵에 들어갑니다. 각자 기도하고 새벽에 식사하고 아침에 출근해요. 거의 아무 프로그램이 없지만, 그렇게 일주일 혹은 한 달을 보내면서 엄청난 영성적 유익을 얻습니다. 멀리 떠나는 피정도 유익이 있지만, 수도원적 영성이 마을 속에서, 생활 속에서 훈련되어야 하고 이것이 오히려 더 본질적이라고 보는 것이죠.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은 통독 문화입니다. 우리 공동체에는 죄를 발견했을 경우 회개하고 공개적으로 나누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회개하고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중보를 요청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일정기간동안 성경통독을 합니다. 성경공부 인도하는 방법 훈련, 소그룹 인도 훈련 등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이 어눌하면 어눌한 대로, 조직 운영하는 것이 어눌하면 어눌한 대로 합니다. 그런데 잘 돼요.
5. 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이 지역에 들어온 후 지역민들의 반응은 어떠하며, 공동체 구성원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점은 어떤 것인가요?
마주이야기가 이 이 동네에서 허물어져 가는 건물이었고, 이 골목 자체가 그랬습니다. 학교 건물도 처음에는 스산한 건물이었는데 분위기들이 바뀌어서 동네 분들이 좋아합니다. 매우 조용한 지역이었는데, 젊은이들이 들어오고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니까 시끄러워하는 분들이 가끔 있긴 하지만, 젊은이들이 들어오는 분위기라 대체적으로 반응은 좋습니다. 이 지역에 노인들이 많은데, 외로우니까 좋아하죠.
공동체 구성원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만족해하는 부분은 식사 문제 해결입니다. 특히 아기 엄마들이 아주 좋아해요. 또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신앙적인 이유를 가지고 사람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는 길을 선택해서 살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그것이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피가 흥건히 고이도록 심한 아토피를 가진 쌍둥이를 낳은 부부가 있었는데, 그 부부가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의 힘을 믿고 아이들을 끝까지 자연치유하면서 고친 이야기나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이고 남편은 대학원생인 부부가 아파트를 사준다는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들이 번 것만 가지고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이야기들은 복음의 말씀이 박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현실 속에서 그 힘이 증언되는 고백이 되는 것이죠. 이것이 공동체에 주시는 신비인 것 같습니다.
6. 기초공동체의 구성과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일단 구성된 소공동체와 기초공동체는 계기가 있을 때마다 바뀝니다. 기초공동체를 바꾸고 싶은지 의사를 묻기도 하고 신청을 하기도 합니다. 새로이 기초공동체 목회위원으로 세워질 사람이 생기면, 그와 함께 기초공동체를 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는지 묻고 자원하는 사람들로 새롭게 구성됩니다. 어떤 목회위원이 계속할 상황이 되지 않으면 그 기초공동체의 유지 여부와 방법에 대하여 논의하고 그 결정에 따라 조율하기도 하고요. 부부는 거의 따로 활동합니다. 저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나라는 가부장적인 사회여서 여성이 자기주체성을 가지고 교회의 주체가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아내로 불리고 특히 사역자들의 아내는 거의 정상적인 교제가 불가능합니다. 항상 누군가를 거친 교제를 하기 때문에 하나님 앞에서 직접적인 교제가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공동체에 영입되는 과정부터 자기가 주체가 되어 공동체의 지체들과의 사귐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줍니다. 이렇게 할 경우에 가정의 문제가 훨씬 다양하게 드러나고, 해결책도 훨씬 다양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든 지체에게 이런 원칙을 동일하게 적용하지는 않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의 경우에는 오래 사셨기 때문에 떨어져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고 남자는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들이 여성의 주체적인 활동과 지도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가부장적인 의식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한데, 저의 경우에는 다른 어떤 의식의 전환보다 잘 안되었습니다. 여성 문제는 결혼한 이후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아내를 사랑하다보니까 그 문제가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7. 처음 공동체 사역을 하기로 결정하실 때 어떤 목적이 있었나요?
신학교 다닐 때 성경이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을 정직하게 보면서 신앙의 상을 그리는데, 졸업하면서 그것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선배를 통해 많이 봤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 처음에는 선배들이 무기력하게 보였는데, 나중에는 그것이 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 현장에 어떤 힘이 작동하는데, 그 힘이 교회 현장에서도 비슷하게 관철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 힘이 무엇인지, 그에 맞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우리가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서로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개인이 사회 속에서 무기력하다면, 연대를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성서가 우리에게 주는 전략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고 얻은 결론은 그것이 성령으로 생성되는 새로운 관계, 최소한 물질을 하나님의 것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관계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때 공동생활을 하면서 한 개인으로 무기력하게 사는 것보다 같이 살면서 사람을 용납하고 포용하고 고백한 바에 대하여 좀 더 근성 있게 지켜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나중에는 하나님이 공동체에 주시는 어떤 신비가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의 고민과 방황 후에 회복된 신앙이었기 때문에 저의 신앙고백에 일관된 삶을 살고 싶은 욕구가 매우 컸습니다.
8. 아름다운마을공동체를 시작하고 발전시켜나가는데 영감을 주거나 실질적인 도움을 준 성서의 가치나 경험을 들라고 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공동체를 시작할 때 가졌던 모토는 하나님 나라의 총체적 구현이었습니다. 학생운동을 같이 하던 친구들의 아픔과 진정성, 자기 한계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서 신앙을 포기하고 이념을 선택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이 그 일을 훨씬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온전한 가치라면. 이를 위해서는 교회의 영역이나 정치경제적인 영역이 아니라 삶 전체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총체적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안적 교회 공동체를 염두에 두었는데, 하나님 나라의 총체적 구현과 대안적 교회 공동체 지향이라는 두 가지 큰 틀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생명과 평화로 구체화되었고, 우리 민족적 주제와 관련해서 통일이 덧붙여져 생명, 평화, 통일이 시대적 과제라 생각하였습니다. 커지면서는 깊은 사귐, 교제, 성령으로 말미암아 기존의 관계의 의미가 재구조화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예수님이 얘기하고 있는 누가 나의 부모고 형제고 자매냐 라는 질문에 나를 액세서리처럼 취급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우리 시대의 맘몬인 돈 관계에 바로 서는 것을 떠올렸고, 하나님 대신 돈을 섬기는, 돈의 권세에 지배당하고 있는 삶의 방식 자체가 바뀌어져야 한다는 주제가 형성되었습니다. 공동체에 드나드는 지체가 많아지면서는 지파공동체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개별공동체의 독립성을 명확하게 하면서도 야훼신앙에 기초해서 연대할 수 있고 시내산 언약을 구현할 수 있는 공동체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상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가깝게는 군 생활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군대는 전방이었기 때문에 병사들이 30명씩 자기들끼리 살고, 밥해먹고 예배드렸습니다. 분대전투가 기본인데 영적 싸움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초단위가 견고하지 않으면 연합해서 모여 있는 것은 상징으로만 끝나고 말 가능성이 크니까요. 공동체의 정체성의 중심에 전체가 와있으면 소공동체가 강해지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소공동체가 강할 때 전체 공동체가 더 강해진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9. 공동체에 대한 비전 혹은 소망이 있을 것 같은데, 추구해가는 방향이 있나요?
요즘에는 농도상생공동체에 많이 집중하고 있습니다. 농촌의 착취를 통해서 형성된 도시 문명은 그 착취한 것과 가치를 농촌에 돌려주고 거기서 희망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동체가 도시와 농촌에서 함께 생성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것이 선교적인 의미에서도 농촌선교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문제를 아주 단순하게 푸는데요. 공동체가 같이 하면 됩니다. 귀농해서 실패해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한 개인이나 가정이 하기 때문입니다. 농촌은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라 원래 다양한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이었습니다. 그런 원래 농촌을 복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법 뿐 아니라 지역사회복지활동과 교육이 필요한데, 저는 이 일이 교회가 하기에 너무 좋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규모가 100명 정도만 되어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우리 마을공동체에는 12 기초공동체가 있는데, 매주 한 기초공동체가 내려갑니다. 12 기초공동체니까 한 기초공동체가 한 주씩 내려가면 3개월에 한 번만 가면 되고, 한 번 내려갈 때마다 1박 2일 혹은 2박 3일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내려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 젊은 사람들이므로 이들로 인해 동네 분위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도울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하면, 한 마을을 복음화 하는 일을 교회가 아주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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