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이 러시아 연해주로 옮겨가 정착한 지 올해로 150년이 된다. 폭정과 가난을 피해 동토의 땅으로 이주한 선조들은 척박한 자연환경, 현지인의 멸시와 차별, 당국의 탄압과 강제이주, 분단과 냉전, 소비에트연방 해체 등 신산과 굴곡의 세월을 견뎌내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고려인의 연해주 정착 시기는 1863년경으로, 1902년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하와이에 건너가려고 인천 제물포항을 떠난 선조보다 39년이나 앞선다.
그러나 한인 13가구 60명이 연해주의 지신허(地新墟) 마을에 정착했다는 러시아 측의 공식기록은 이듬해인 9월 21일 나타난다. 이 기록을 근거로 전문가와 국내 단체들은 2014년을 러시아 한인 이주 150주년으로 정하고 대규모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1910년 한일 강제병합으로 나라를 잃자 한인들의 눈과 귀는 고국으로 향했다. 안정된 정착을 기반으로 높은 교육을 받은 한인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어섰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 연해주 항일운동의 대부 최재형, 신흥학교 설립자 이동녕, 항일무장 투쟁의 영웅 홍범도, 대한제국 장군 출신의 혁명가 이동휘, 국사학자 신채호 등 연해주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인들의 연해주 이주는 꾸준히 이어져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하기 전까지는 20만 명에 이르렀다는 기록도 있다.
1937년 8월 21일 구소련 정부는 고려인이 일본의 첩자로 의심된다며 강제이주 명령을 내린다. 군대를 동원해 9월 9일부터 11월까지 고려인 18만 명을 장장 5천~6천km 떨어진 중앙아시아의 황무지로 내쫓은 것이다.
불과 1주일, 또는 2∼3일 전에 통보를 하는 바람에 제대로 준비도 못 하고 끌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강제이주에 앞서 스탈린 비밀경찰은 독립운동가나 지식인 등 고려인 지도자 2천500명을 체포·처형해 고려인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고려인은 좌절하지 않고 생존을 위한 치열한 투쟁을 거듭했다. 황무지를 개간했고, 중앙아시아에 논농사를 전파했다. 우즈베키스탄의 김병화 콜호스(집단농장)는 300만 평의 황무지를 옥토로 바꿔 소련 최고의 모범 농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려인들은 열악한 환경을 한민족 특유의 인내로 이겨내고 황무지를 옥토로 개간해내 오늘날 120개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뛰어난 민족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구소련 시절 전체 노력영웅 1천200여 명 중 750여 명을 배출했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는 고려인의 몰락을 가져왔다. 소련 시절 공용어인 러시아어만을 구사하던 고려인들은 신생 독립국들이 토착 민족어를 국가 공용어로 선포하면서 고급 전문직과 공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다행히도 1993년 러시아연방 최고회의는 러시아 고려인의 명예 회복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강제이주의 탄압이 불법적이고 범죄였음을 인정했다. 신원이 회복된 고려인들은 독립국가연합지역(CIS)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카자흐스탄에는 1만2천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가스피스키 그룹’의 유리 채 회장, 세계적인 구리 생산업체 ‘카작무스’의 사주로 23억 달러의 재산가인 블라디미르 김, 최대 건설사인 ‘쿠아트’의 잠 올레그 사장 등이 손꼽을 만하다.
정계 진출도 활발하다. 1995년 러시아 하원에 유리 텐(한국명 정홍식), 발렌틴 최가 당선됐고 그 뒤를 2007년 류보미르 장이 이었다. 2011년에는 육군 소장 출신의 유리 엄, 유리 텐의 아들 세르게이 텐이 하원의원에 선출돼 활약 중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고려인협회장인 로만 김이 소수민족 대표로 하원에서 활약 중이며, 유리 최 상원의원과 빅토르 최 하원의원도 계보를 잇는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1994∼2000년에 부총리를 역임한 빅토르 천, 상원의원을 역임한 베라 박 등이 있고 키르기스스탄에는 3선 의원인 로만 신이 있다.
2013년 현재 외교부 집계에 따르면 고려인은 러시아에 17만1천 명, 우즈베키스탄 17만1천 명, 카자흐스탄 10만5천 명, 키르기스스탄 1만7천 명, 우크라이나 1만2천 명, 투르크메니스탄 1천 명, 벨라루스 1천20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취업 등으로 한국에 들어온 고려인도 3만 명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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