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시아/코커서스 3국

[스크랩]코커서스산맥을 넘은 카라반들이 쉬어가던 시그나기 마을

양선재 2014. 6. 17. 15:36

코커서스산맥을 넘은 카라반들이 쉬어가던 시그나기 마을

 

희망봉40
2014.06.17 07:00    http://blog.daum.net/snuljs/16501421

 

조지아에 포도와 종교를 결합시킨 성녀 니노가 잠들어 있는 보드베 교회를 돌아본 뒤에 우리의 버스는 산골길로 들어섰습니다.

눈앞에 홀연히 나타나는 붉은색지붕의 마을! 마치 지중해 연안의 스페인이나 포르투칼의 어느 언덕마을에 온 듯 싶습니다.

우리를 안내해 주던 박사장님이 포토포인트에 차를 대고 사진 찍을 시간을 주었습니다.

시그나기(Sigmagi) 마을의 환상적인 모습

 

 

이 시그나기 마을은 실크로드를 타고 코커서스 산맥을 지나 온 대상들이 지친 몸을 쉬면서 이곳에서 장마당도 열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시그나기는 아제르바이잔 말로 쉼터나 피난처(Shelter)를 뜻한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쉬어 갈 대상들도 없어졌지만 관광객들을 끌어 들여 마을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낡은 건물을 복원하고

수리하며 관광객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등 관광도시로 재도약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마을의 집들이 대체로 깨끗해 보입니다.

 

마을 큰 길에 서 있는 이 동상은 당나귀를 타고 왕진을 가는 의사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숙소에 묵고 있는 대상을 치료하러 가는 것이겠죠.

규모가 작은 카지노도 눈에 띠는군요. 관광객의 편의를 도모한다고 설치한 카지노가 마을사람들을 오염시키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관광용 마차도 보입니다. 이 마차를 타고 돌로 포장된 마을길을 둘러보는 것도 운치가 있겠습니다.

시그나기의 시청이랍니다. 시청의 시계탑은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여서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관광안내소도 있습니다.

크고 작은 호텔들도 여럿 보이는데 이 오래된 건물의 이 호텔은 피로스마니(Pirosmani)란 이름이네요.

피로스마니가 누구입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심수봉 버전으로 유명한 "백만송이 장미"의 주인공이었던 사람이지요.

 

피로스마니는 조지아의 화가로서 나중에 피카소의 화풍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실력있는 화가였는데 돈도 좀 벌고 살 만하게 되었을 때

조지아에 공연하러 온 프랑스의 여배우에게 반하여 그녀의 마음을 사기 위해 전재산을 들여 100만송이의 장미꽃을 사서

그 여배우가 묵고 있는 곳을 장미꽃으로 뒤덮으며 구애를 했으나 여배우의 마을을 사지 못하고 돈만 날렸다는 에피소드가

애절한 가사와 곡조로 유명한 노래가 되었다지요. 호텔에 그 화가의 이름을 붙인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아담한 콘서트홀도 있습니다. 시그나기는 마을이라기 보다는 모든 것이 갖추어진 하나의 작은 도시였습니다.

당장 길거리 카페에 앉아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면서 동네사람들과 어울려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하루 숙박할 시그나기 호텔입니다. 시그나기의 가장 높은 언덕에 있는 제일 큰 호텔입니다.

우리 부부는 호텔에서 객실배정을 받고 짐만 풀어 놓은 채 바로 호텔을 나와 이 아름다운 시그나기 마을 순례에 나섰습니다.

시그나기의 중심광장에 면해 있는 충혼탑이나 추모탑 같은 조형물입니다. 총과 칼을 든 젊은이들이 말을 타고 행진하고 있습니다.

마을의 나무에 잎이 피어나고 평화의 상징 비들기가 날고 있는 부조입니다. 젊은이들이 몸바쳐 희생한 덕분이란것이겠죠.

억압을 상징하는 쇠줄도 걸려 있습니다.

철없는 어린아이들이 충혼탑의 쇠줄에 매달려 놀자 동네 어른들이 호통을 쳐서 애들을 만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충혼탑의 오른쪽 끝에 커다란 포도나무가 있습니다.

포도나무는 조지아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포도를 키워 포도주를 만들 뿐만 아니라젊은이들이 전장에 나갈 때에도 포도나무 가지를 하나 갖고 나간답니다.

포도나무는

아무곳에나 가지를 꺾어 꽂으면 포도를 열리게 하므로 전장에서 자신이 전사하더라도

갖고 있는 포도나무가지가 자신의 시신을 양분삼아 자라게 되면 자신의 고향을 옮겨 놓은 듯한 기분이 들고

포도나무가 번식하게 되면 자기자신이 이곳에 묻혀 있음을 알려줄 수도 있다고 믿기때문이랍니다.

이 동상의 주인공은 조지아의 유명한 철학자 Solomon Dodashvili입니다. 철학자의 동상을 도시 광장에 세운 것도 특이한 일이겠습니다.

어린이 놀이터 옆에 팝콘장수가 있고 음수대도 있었습니다. 한참 걸어다녀 목이 마른 참에 물을 마셨는데 물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시그나기의 중심광장 반대편의 시가지를 보러 갑니다.

건물들 위로 우람하게 솟은 첨탑의 정체를 살펴보러 갑니다.

그것은 스테판 교회의 종탑이었습니다.뾰족 돔 아래의 외벽에 십자가를 그려 넣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교회도 시그나기 마을과 연륜을 같이 하는지 고색이 창연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었습니다.

 

조지아 정교의 교회인 스테판 교회의 내부모습도 다른 조지아의 교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교회를 구경하고 나오다가 길가에 앉아 있는 영감님과 사진을 함께 찍었지요. 찍은 사진을 모니터로 보여주니 좋아하였습니다.

길을 걷다보니 관광객 트랙이란 표지가 보였습니다.

마침 그쪽에서 내려오는 젊은 여인들에게 물으니 성벽에 올라갈 수 있고 거기서 보는 경치가 아주 좋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성벽트래킹이 시작되는 곳

성벽에 안전한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어서 성벽을 따라 걸을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군데군데 망루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시그나기는 산골마을이지만 실크로드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경제적,전략적으로 중요하였었기에 외적의 침입이 잦았었나봅니다.

주민들과 이곳을 안전한 피난처이자 휴식처로 알고 찾아 온 대상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러한 성벽을 쌓고 방어한 것이지요.

성벽은 트래킹 코스가 끝나는 지점을 넘어 건너편 산줄기로 이어져 있고 대부분 원형이 보전되어 있었습니다.

성벽트래킹 코스가 지나는 지점에는 도로가 통과할 수 있는 문을 뚫어 놓았고 자동차도 통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밖에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러 와 있습니다.

성벽트래킹이 끝나는 지점의 망루에서 본 레스토랑의 모습

성벽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편안해 보입니다.

돌아오는 길은 편안한 자동차 도로로 오기로 하였습니다. 길가에 야생화가 한창입니다.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가던 현지인이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더니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Korea No.1이라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내 카메라로 찍은 뒤에 자기 카메라로도 찍어 달라고 하네요.

돌아 오는 길에 우리 일행중 아내의 친구와 만나 함께 사진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