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한몸살이/ 공동체 일반

15. 나는 꿈이 있어요 재단 - 박남기

양선재 2014. 5. 12. 22:39

글쓴이 : 박남기(광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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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는 「나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라는 재단이 있다. 그 재단은 빈민지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 학비를 대주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도록 이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이다. 워싱턴 포스트지 2011년 12월 17일자에는 이 재단의 취지에 따라 수행했던 한 프로그램 운영 과정과 결과에 대한 상세한 분석기사가 실려 있다.

 1988년에 두 명의 독지가가 미국의 가난한 흑인 거주지역인 워싱턴 프린스 조지 카운티의 초등학교 5학년 59명에게 대학 진학시 대학 학비 제공 약속을 하고, 동시에 이들 곁에서 늘 지켜보며 이들을 지도할 지도교사도 한 명 채용했다. 또한 방과후 강사를 채용하여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주기적으로 두 독지가와 학생들과의 만남의 자리도 갖고 격려도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나 이 아이들이 30대가 된 시점에서 그들을 만나보니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그 아이들 중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11명, 그리고 어느 정도 소득이 보장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불과 몇 명 되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지원을 받지 못했던 다른 또래들에 비해서는 더 나았지만 기대와 달리 이 프로그램의 경우만이 아니라 꿈재단의 지원을 받았던 다른 지역 학생들도 대학 졸업 비율이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러한 특별한 노력과 지원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이유는 가정과 지역사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던 아이들은 대부분은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있었고, 범죄와 마약 그리고 노름 등이 판을 치는 지역사회에서 성장하고 있어서 그 환경의 영향을 끝내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실험은 가정과 지역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많은 외부 지원마저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도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지역아동센터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고급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희망네트워크」, 현직교사들이 나서서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에 특별지도를 하고 방학 때 캠프도 운영하며 장학금도 주는 「교육나눔본부」 등 여러 단체가 있다. 미국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이러한 단체들이 원하는 결실을 거두고자 한다면 학생들에게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 학생들을 돌보는 학부모에 대해서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의 꿈나무를 스스로 가꾸어 가도록 돕고자 하더라도 가정이라는 토양이 너무 척박하면 그 꿈나무는 꽃을 피우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하여 지원 대상 자녀 학부모와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여름 겨울 캠프를 할 때에는 가능하면 학부모가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등 학부모가 동참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학부모가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책임을 지고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교육은 가정, 학교,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라는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이다. 그 중 어느 한 말이라도 완전히 제 기능을 상실하면 그 수레는 제대로 움직여 가기 힘들 것이다. 네 마리 말 중에서 앞장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말은 학교나 국가가 아니라 가정이다. 만일 가정이 자기가 돌보는 학생의 교육에 무관심하거나 학교나 사회에 그 책임을 넘겨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 가정이 돌보는 학생은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국가와 사회는 자신이 학부모를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되며, 동시에 학부모들에게 그러한 착각을 심어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아이의 가정이 교육지원은커녕 보호기능도 하지 못하거나 아예 아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이 된다면 국가는 법적 보호자와 협의하여 그 학생을 위한 대리가정 등 특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문화가 다른 나라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훌륭한 가정에 입양되어 최고의 미식축구 선수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의 소설 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져 2009년 샌드라 블록에게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아직도 가정과 지역사회가 교육기능을 상실한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이러한 사태가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민간지원단체가 교육소외계층 자녀를 지원할 때 가정과 지역사회의 교육기능 강화에도 동시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미국 꿈 재단 실험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