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 가꾸기

삶을 바꾼 만남 - 다산의 제자 교학 -

양선재 2014. 10. 1. 15:47

1802년 10월, 다산은 주막집 봉놋방에 작은 서당을 열었다.

열 다섯의 어린 소년 황상이 용기를 내서 주막집을 찾았다. 그렇게 며칠을 내쳐 찾아가 쭈빗쭈빗 엉거주춤 글을 배웠다.

다산은 산석(山石:황사의 아명)에게 문사 공부할 것을 권했다.

산석은 머뭇머뭇하더니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게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둔한(鈍) 것이요, 둘째는 막힌(滯) 것이며, 셋째는 답답한(어근버근할 알) 것입니다."

다산이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는데,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하면 그 폐단이 소홀한 데 있다. 둘째, 글짓기에 날래면 그 폐단이 들뜨는 데 있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그 폐단은 거친 데 있다.

대저, 둔한데도 들이파는 사람은 그 구멍이 넓어진다. 막혔다가 터지면 그 흐름이 성대하게 되지. 답답한데도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 빛나게 된다.

뚫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틔우는 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떻게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황상은 둔할 둔, 막힐 체, 어근버근할 알, 이 세 가지를 자신의 문제라고 했다.

스승은 재빠를 민(敏), 날카로울 예(銳), 빠를 첩(捷)의 세 글자로 댓구를 맞춰,

재빠른 천재보다 미욱한 둔재의 노력이 훨씬 더 무섭다고 일깨워주었다.

 

그로부터 60년 뒤 일흔 다섯의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임술기]를 지었다. 황상은 이 글을 늘 <삼근계(三勤戒)>라 불렀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가르침을 되새기려 한 것이다.

'마음밭 가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퍼온 글]스타인 맥스의 비용  (0) 2014.10.22
진정한 여행  (0) 2014.10.13
친절하게 말하는 요령  (0) 2014.10.01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자!  (0) 2014.10.01
[스크랩]성공 법칙  (0) 2014.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