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반기문총장, 이들 중에서 나온다
유네스코 키즈 여름캠프 86명 참가
매년 100여명씩 글로벌 인재 양성
우리나라의 미래를 뒤흔들 일을 계획하고 있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프로그램 실체가 드러났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같은 수많은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중. 장기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명은 <유네스코 키즈 캠프>다. 즉 나이 어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제2, 제3 유엔 사무총장 수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도록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교육. 관리하자는 뜻에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사무총장 민동석)가 계획한 프로젝트이다. 교육과 연수에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지만 뼈대는 세계시민의식을 갖춘 글로벌 리더 육성이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이번 여름 방학을 기점으로 첫 발진을 시작한 것이다.
<선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제 1기 프로그램의 참가자로 88명을 선발했다. 전국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선발과정은 광범위하면서도 치밀하게 진행됐다. 먼저 전국의 5천여개 초등학교에 취지를 설명하는 내용과, 학생 추천 요청 공문서를 보냈다. 각 학교 학교장이 적용하는 선발 기준은 학생의 ①성실성 ② 적극성 ③창의성 ④리더십 ⑤이타적 품성 등 5가지였다. 접수 결과 전국 1,150개 학교에서 무려 2,500 여명이 지원했다. 심사위원회는 1차, 2차 심사에서 240명, 그리고 임천순교수(세종대)등 외부인 심사에 의해 최종 88명을 선발한 것이다. 28대1의 경쟁률이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들 88명 가운데 이번 제 1기 유네스코키즈 캠프 활동을 통해 최종 32명이 선발되며 이들은 2014년 2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로 7박 8일 일정으로 연수를 떠난다. 이들은 해외로 떠나기 전 약 3개월 정도 개인별 자기주도형 심화교육을 받게 된다. 선발 과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상반기 전국의 초등학교가 이 프로젝트에 관심만발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발대식>
전국이 가마솥 같은 날씨를 보인 8월 7일, 유네스코 키즈 1기 발대식이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 11층 유네스코 홀에서 열렸다. 경기도 이천 유네스코 평화센터에서 진행되는 여름캠프는 8월 7일-12일 5박 6일 일정이다. 낮 최고 온도가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속인데도 행사가 열리는 홀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참가 학생 88명에 함께 온 학부모와 가족, 연수 일정 내내 함께 생활한 대학생 멘토 12명 등 2백여 명이 홀을 가득 메웠다. 발대식 행사장에서는 아주 독특한 가족도 눈에 띄었다. 부산 남산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김용호. 김용환. 김용하 세쌍둥이인데 이번에 이들 3명이 모두 유네스코 키즈 프로젝트에 신청을 했다. 그러나 학교 전교 어린이 회장을 맡고 있는 첫째 용호군만 선발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날 행사장에 용호군만 아니라 용환. 용하 두 형제가 엄마와 함께 캠프로 떠나는 형을 축하하러 이 더운 날 서울까지 온 것이다. 경기도 용인 동백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정다원 양은 정강이 뼈에 골절상을 입어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도 목발을 집고 참가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발대식에서 민동석 사무총장은 “오늘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있어 매우 역사적인 날” 이라고 말한 뒤 “매년 100여명씩 10년간 1천 명의 유네스코 키즈를 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총장은 또 “반기문 총장과 같은 세계적인 인물이 되려면 반드시 꿈을 가져야 하고,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영어는 물론 다른 외국어를 반드시 3-5개씩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네스코 평화센터>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이 진행된 경기도 이천시 유네스코 평화센터에 들어서자 유엔기와 태극기를 비롯하여 50여개 나라의 국기가 게양대에서 펄럭이고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하는 모습이다. 1977년 문을 연 평화센터는 대지 70,000㎡(2만여평)의 청정 자연의 아늑한 숲으로 둘러 쌓여 있다. 인간의 마음속에 평화를 심으려는 유네스코의 이념에 따라 만들어진 이곳에는 다양한 영어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지구촌 교육관 등 다양한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본관 입구엘 들어서자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는 유네스코 헌장 현판이 눈에 들어 온다. 유네스코 키즈 1기 88명은 이 평화센터에서 5박 6일 동안 매일 이 헌장을 보며 전쟁.인간.마음.평화.방벽.유네스코.그리고 나의 꿈을 생각할 것이다.
<모의 유네스코총회 나라선정>
캠프 둘째날 오전에 가진 모의 유네스코총회 나라 선정 과정은 긴장과 환호와 탄식의 연발이었다. 오전 9시 강당에 모인 각조의 팀장들이 단상에 올랐다. 참고로 이번에 캠프 참가자는 11개 조로 편성되었고 또 각 조는 A팀. B팀 등 22개 팀으로 나뉘어졌다. 말하자면 행사 내용에 따라 조 단위로 활동하기도 하고 팀 단위로 활동하기도 하는데 모의 유네스코총회는 팀 단위로 발표와 질의 응답을 하게 되어 있다. 드디어 제비 뽑기로 각 팀별 나라를 뽑는 순간. 대학생 멘토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나라를 뽑은 팀장과 팀원들의 표정이 그야말로 각양 각색이다.
미국!-우와!프랑스!-우와! 이란!-에이! 그런데 어떤 팀장이 한국을 뽑는 순간-와아..아자! 하며 모든 팀원이 두 팔을 들고 환호한다. 마치 1981년 바덴바덴에서 서울올림픽 개최지 발표순간 우리 대표단이 모두 일어나 환호하던 그 모습이다.
모의 유네스코총회는 2개의 위원회로 나눠 열리는데 제1위원회는 <원자력 발전을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이고, 제2위원회는 <북한의 핵개발을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이다. 제1위원회에 11개 나라, 제2위원회에 11개 나라가 배정됐다.
<유엔조직과 세계시민되기>
모의 유네스코총회 나라 선정이 끝나자 유엔의 조직과 활동 그리고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필수적인 세계시민되기 교육이 진행됐다. 유엔이란 조직에 사무국이 있는데 유엔 활동의 심장부이다. 이 조직을 운영하는 최고위직이 바로 반기문 사무총장이라는 강사 선생님의 설명이 있자 모두 우와 하는 표정들이다. 2007년에 취임한 반기문 사무총장은 임기가 5년인데, 일을 잘한다고 5년 연임이 결정됐다는 말에 학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유엔에는 사무국 외에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등 주요 6개 기구와 유니세프 등 보조기구, 그리고 유네스코 등 전문기구 15개가 있으며 유엔 회원국은 현재 193개라는 설명도 있었다. 오후에는 세계시민되기 교육이 계속됐다.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시민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소통하는 글로벌 에티켓을 아는 게 필수라는 내용이다. 상대방 나라의 입장과 환경을 감안하며 이해하는 자세 즉 문화 상대주의를 존중하는게 중요하다는 강사님의 말씀에 잘 이해를 잘 못하겠다는 표정의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가산초등학교 6학년 손광영 군은 “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세계 제일의 게임 제작자가 되고 싶은데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통하는 다양하고 건전한 게임으로 세계를 꼭 제패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공장 견학>
유네스코 키즈 캠프 3일차. 오전 프로그램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공장 견학이다. 자동차회사 첨단 생산 라인은 어른들도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할 정도로 보기 어려운 곳이다. 학생들에게 이런 시설을 보게 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정신을 일깨워 주게 하기 위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깊은 생각이라 느껴졌다. 평화센터를 출발한 버스가 서해 남양만 간척지 위에 세워진 공장으로 들어서자 시설의 웅장함에 학생들 모두 환호성 연발이다. 홍보관에 마련된 스크린 터치 화면도 만져보고 다양한 자동차 샘플도 보며 한국 자동차 역사와 현황을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학생들은 실제 조립 라인을 따라 용접과 도장, 내장재 설치 등의 자동차 생산 현장을 직접 관람했다. 생산라인을 오가는 사이 사이 입을 딱 벌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견학이 끝난 뒤 기아자동차는 학생들에게 멋진 모형 자동차를 하나씩 선물했다. 받은 것은 비록 모형 자동차 이지만 학생들은 벌써 이 차에다가 저마다의 꿈과 희망을 한가득 싣고 미래를 향해 신나게 달리는 표정들이었다.
<사진으로 배우는 유네스코>
사진을 통해 유네스코 활동을 배우는 시간도 이번 캠프의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주제는 ①모두를 위한 교육 ②모두가 건강한 세상 ③환경보호 ④평화와 인류공영 등 네가지인데 한 시간 이내에 구상하고 촬영하는 것은 물론 발표 준비까지 마쳐야 한다. 어린 학생들이 각 조별로 머리를 맞댄 채하는 아이디어 회의가 뜨겁다. 여기 저기서 논쟁도 벌어진다. 드디어 편집회의를 마친 팀들이 노트북을 활용해 편집하느라 여념이 없다. 말하자면 대여섯 장의 사진에 순서를 정하고 글자를 넣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이다. 11개 조가 단상에 올라 발표를 이어 가는 동안 강당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웃음과 격려의 박수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악당과 분리수거로 악당을 물리치는 슈퍼맨 환경보호가 이날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부산 구덕초등학교에서 온 김은택 군은 “사진 미션을 통해 친구들과 협동을 해야만 했어요. 어떻게 해야 협력할 수 있는지 많이 깨달은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라며 협동과 협력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했다.
<평화교육-전쟁과 평화>
캠프 4일차 오전 첫 교육은 평화교육이다. 주제를 간단히 요약하지면 전쟁은 왜 일어나고 어떻게 하면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이다. 오늘 강사는 한국사회에서 좀 독특한 분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평화학을 가르치는 이대훈 성공회대학 교수님이다. 이 교수는 어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그림과 사진, 영상을 차례로 보여주며 마치 어린이들이 마치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하듯 <전쟁과 평화 그리고 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주 쉽게 풀어냈다. 즉 다툼은 언제 일어나고 전쟁은 왜벌어지며 평화를 유지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화두를 던진 뒤 터치게임이라는 놀이를 통해 이를 설명했다. 힘이 비슷한 상대와의 게임에서 서로 협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즉 평화가 유지된다. 또한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상대를 만날 경우 게임은 폭력성을 띠며 일방적으로 끝이 난다. 평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바로 양보와 배려의 지혜로 가능하다는, 단순하지만 의미있는 메시지를 학생들도 느끼는 것 같았다.
<내 이름 도자기 만들기>
캠프 4일차 오후 첫 일정은 자신의 도자기 컵에 직접 이름을 쓰고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도자기 체험장 <여명요>에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도자기의 역사·제작 방법 등을 설명 듣고 물레로 진흙을 빚는 과정을 직접 참여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원통 모양의 진흙 덩어리가 물레의 회전과 손의 움직임에 따라 차츰 예쁜 꽃병 모양으로 변해가자 학생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이어 체험장에서 나눠준 하얀색 용지 위에 자신의 소망과 위트가 담긴 그림과 문양. 각종글자. 본인이름 하나 하나 채웠다. 이 컵은 잘 구워져서 캠프 수료식날 각자에게 전달됐다. 자신이 그림을 그린,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신이 머그잔이 생긴 것이다.
<세종대왕 영릉>
다음 일정으로 학생들이 찾은 곳은 경기도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의 무덤 영릉이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왕릉이다. 또한 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도 199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대왕과 유네스코의 인연은 참 깊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세종대왕이 15세기 전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인재였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영릉은 세종대왕과 소현왕후가 합장된 왕릉으로 독특한 건축 양식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곳이기도 하다. 왕릉 앞에서 제례장소에 이르는 길 양측에는 세종 후세의 임금들이 다니던 임금의 길 즉 <어도>가 있다. 고개를 숙이고 밑을 보고 걷는 길이다. 교만하지 말고 항상 주변을 경계하라는 의미에서 만든 길이라는 관계자의 말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떡이며 마음에 되새기고 있는 표정들이 보였다.
<도전골든벨>
캠프 4일차를 마감하는 저녁 프로그램은 숨겨진 종이 찾기이다. 강의실 건물 1.2층에 멘토들이 숨겨놓은 종이를 찾는 것인데 방법이 좀 독특하다. 팀원들은 모두 손을 잡아야 하고 종이를 집는 것은 팀의 양 끝에 사람만 가능하다. 뒤엉켜 혼란스러워 지는 것을 막자는 뜻에서이다. 보물 종이를 하나씩 찾을 때 마다 건물이 무너질 듯 환호성이 터진다. 이윽고 제한시간이 지나자 강당 마루에 모여 단어별로 종이를 분류한다. 종이를 분류하다 보면 큰 주제어가 나오는데 교육, 과학, 문화 등 유네스크 정신과 관련된 것들이다. 모두를 위한 교육(EFA), 지속발전이 가능한 교육(EDS) 등등....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최종 정답은 ‘UNESCO’였다. 학생들 머리 세포까지 유네스코로 무장되는 순간이다.
<모의 유네스코총회>
“대학생 때 모의 유엔총회에 참가한 이후 외교관의 꿈을 키웠고, 그 결과 오늘날 유엔 사무총장이 되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밝힌 말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이번 캠프에 심혈을 기울인 프로그램이 바로 모의 유네스코총회이다. 유네스코총회가 바로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 자기나라와 인류의 평화와 공존공영을 논의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슴과 머리에 남은 유네스코총회 진행 모습을 통하여 학생 스스로 해야할 바를 느끼게 해주는 최적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의 유네스코총회는 2개 분과위원회로 진행됐다.
제 1분과위원회의 주제는 <원자력 발전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이고 제 2분과위원회는 <북한의 핵개발을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이다. 먼저 제 1분과 위원회의 시작을 알리자 4명씩으로 구성된 각국 대표단이 입장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전까지만 해도 개구쟁이 복장이던 이들이 상의를 모두 와이셔츠로 갈아입었고, 심지어 나비넥타이까지 맨 학생들도 있다. 호명에 의해 각국 대표단이 입장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졌다. 총회 의장단은 대학생 멘토들이 맡았다. 모든 회원국이 입장을 마치자 장내는 엄숙하기 이를데 없다. 의장이 의사 정족수 확인을 위해 호명을 하자 호명을 받은 각국 대표단은 나라 이름이 적힌 명패를 뽑아 들고 “출석하였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이윽고 첫 기조연설로 나온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데 그대로 유네스코총회 모습이다. “존경하는 의장님! 존경하는 각국 대표단 여러분!”, “본국은...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본국에 발언권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본국은 러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이래...”(카자흐스탄), “저희는 OO나라 대표단에 반박하겠습니다”, “질의하신 상대국의 입장을 존중하여...”, “저희 일본국은...”(일본). 이런 표현이 초등학교 4, 5, 6학년 아이들 입에서 계속 나오자 소름이 끼치고 전율마저 느껴진다. 발언 과정에서 제한 시간 2분이 지나면 “시간이 다 됐습니다. 의장의 권한으로 발언을 제한합니다”하며 가차 없이 마이크가 꺼진다. 이 날 각국 대표단 가운데 반박을 가장 많이 받은 팀은 이란 대표였다.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하여 찬성을 했기 때문이다. 본심은 아닌데 계속 북한 편을 들자니 곤혹스러웠겠지만 이란 대표팀은 끝까지 북한을 옹호했다. 그날 단상에 빼곡하게 들어선 유엔 깃발을 보며 장장 4시간 동안 모의 총회에 참가했던 어린 학생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결심을 했을까? 유네스코총회 총평에 나선 민동석 사무총장이 학생들 가슴에 쐐기를 박았다. “여러분 오늘은 우리말로 회의를 진행했지만 실제 총회 가면 모두 영어 불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로 발언해야 합니다.” 캠프가 끝나고 돌아가면 이 아이들은 무슨 공부부터 파기 시작할까 불 보듯 훤해 졌다.
<수료식>
캠프 마지막 날 수료식. 이런 저런 사정으로 캠프에 참석하지 못했거나 퇴소한 학생들을 제외한 85명의 학생들이 대학생 멘토들과 강당으로 입장했다. 5박 6일간의 별 희한한 캠프를 끝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좋아서 죽을 듯한 표정들이다. 아니면 1주일 전과 비교하여 평생 함께 갈 친구 84명과 멘토 형 누나 12명이 생겨서 그럴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들은 이제 유네스코 키즈 1기 동기생들인 셈이다. 앞으로 1기생 네트워크의 회장도 나올 것이다. 내년엔 2기가 배출될 것이고 2기는 또한 2기 대로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다. 마치 미국의 로즈 장학생 모임이 연상된다. 향후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네스코키즈 프로그램은 반드시 거쳐야만 가능하다는 여론이 형성될 지도 모른다. 실제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이번 1기 85명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내년에 배출되는 100명을 포함하며 10년 동안 배출될 1천명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제 2의.제3의 반기문이 몇명이나 나와 있을까 생각하는 것, 이게 분명 사치는 아닐 것이다.
공동 취재. 집필
박규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홍보소통특별위원, 온터치피알대표, 전 KBS기자) /대표집필 (사진 왼쪽)
송영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홍보소통특별위원, 전 일요신문 정치경제부장(사진 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