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교육/7. 초등교육

[퍼온글]중학생 강의 - 참여와 활동중심 사례

양선재 2015. 10. 12. 20:23
Sun-Joon Hwang님이 새로운 사진 3장을 추가했습니다 — Lena Hwang님과 함께.

최근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고민의 핵심은 우리 중학생들의 학습태도였습니다. 얼마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세계민주주의날을 기념해서 열 명 미만의 고등학생 대표들이 교육분야에서의 민주주의 문제를 발표하고 토론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제 의견을 피력하거나 해결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방청객으로 온 중학생들이 너무 떠들고 산잡하여 토론을 진행할 수 없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경남의 모 여중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교생이 다 모인 자리였고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선생님들이 앞뒤에 동석한 자리였습니다. 국회에서의 경험이 있는지라 주제인 진로를 경험 위주로 풀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막무가내로 떠들었습니다. 그래서 강의형식을 접고 학생들에게 궁금한게 있으면 질문하라고 했습니다. 질문다운 질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스웨덴 학생들의 취미생활 등을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의 관심을 ...끌려고 해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도저히 떠드는 소리로 강의를 진행할 수 없어 예정시간보다 일찍 마쳤습니다.
어저께 전북에서 또 중학생 대상 강의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여러가지로 준비했습니다. 첫째는 아이들을 동원하지 말고 원하는 학생들만 참석시켜달라. 둘째는 스웨덴 중학교 전문상담사인 제 아내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첫째 요구에 대해 원하는 학생 중심으로 40명 정도가 참석했고 둘째 제 아내에게 자문을 구한 일은 아예 아내가 강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하고 저는 일부만 맡고 영어 통역을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아내의 강의는 짧게 자기 소개와 스웨덴 중학생들의 관심을 얘기하고 그 담엔 참여와 활동(exercise) 중심으로 나머지 시간을 채웠습니다. 활동중심은 1.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으로 a) 건강, b) 친구 사이에서 인기,c) 학력 (공부), d) 기타 로 된 4개의 코너를 만들어 학생들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코너로 가도록 했습니다. 각 코너 학생들이 짧게 토론한 후 수렴된 의견을 각 코너가 차례로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2. 학교(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3. 친구사이에서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넘어가며 각 그룹은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다른 학생들은 경청하게 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첫째보다 둘째, 둘째보다 셋째 질문으로 넘어 가며 아이들이 떠들지 않고 스스로 경청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네번째 d)기타 코너의 학생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우리가 생각지 않은 철학이 중요하다, 가치관이 중요하다 등의 의견이 나왔고 이런 의견은 기대 이상으로 수준이 높았습니다. 교과서 외의 많은 책을 읽는 학생들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 일련의 행사에서 제가 얻은 교훈은 우리 어른들이 고민을 많이 해야 된다는 사실입니다. 위 첫째 국회도서관에서의 토론과 둘째 모 여중에서의 강의는 기획부터 잘못됐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중학생들을 한 곳에 그렇게 많이 모았을 때 씨끄러울 것이라고 생각을 못한 게 큰 잘못이었고, 둘째로 자신의 강의 내용이 중학생의 관심을 얼마나 끌 수 있는가 하는 심각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여중에서 진로문제를 경험 위주로 풀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면 남자의 경험이지 여자나 여중생의 경험은 더욱 아니었습니다. 셋째로 주제가 아무리 흥미있다 해도 그 나이의 아이들은 15-20분 이상을 집중하기 힘들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토론이나 강의가 20분을 넘어서면 아이들이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도록 강의 방식을 학생들의 참여와 활동 위주로 바꾸거나 강의와 참여(활동)을 섞어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의 활동 중심의 연습이 아이들을 서로 토론하게 하고 발표하게 하고 또 다른 아이들의 얘기를 경청하게 했습니다. 이런 형식으로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맞는 교수학습 방법을 끊임없이 혁신하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얘기도 아이들한테 전달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전북의 모 중학교 강의를 책임진 모 장학사가 강의를 마치고 나가는 우리에게 '원장님 대단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고민을 하며 강의 방식을 바꾸고 사모님까지 동원해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하시나요?'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참여하는 수업, 참여하는 연수...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라는 문자도 보내왔습니다. 아내의 강의를 통해 아마 많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얘기해보니 재미있네, 발표하는 것 그렇게 힘들지 않네, 다른 친구들 얘기 들어보니 일부 친구들은 많은 생각을 하네, 책도 많이 읽은 것 같네,...등의 인상을 받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교육자로서의 사유와 고민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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