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교육/7. 초등교육

[스크랩]미국 아이들도 바쁘다_하루의 일과와 방과 후 활동/글 조윤경

양선재 2015. 10. 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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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크레존 담당자
  • 등록일2015.10.16
  • 조회수968

[17] 미국 아이들도 바쁘다_하루의 일과와 방과 후 활동

 

 

미국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무엇을 할까? 주말에는 어떻게 지낼까? 이곳에 와서 내가 가장 궁금한 것들 중 하나였다. 여유롭고 즐거워 보이는 이곳 아이들의 생활은 우리나라 아이들과 많이 다를까?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수업은 8시 30분에 시작한다. 이곳 아침 등굣길의 풍경은 꽤 정겹다. 마치 피크닉 가듯 모자 쓰고, 배낭 메고 (혹은 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유모차 끌고 엄마, 아빠, 언니, 동생, 갓난아기, 때로는 강아지까지 온 가족이 총출동한다. 여긴 대도시가 아니고 다들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으니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먼 경우에는 자동차로 등교하기도 한다. 우리 집 건너편에 사는 같은 반 친구 에드릭 가족의 경우 아이가 총 네 명인데, 온 가족이 함께 출동하여 초등학생이 먼저 내리고, 다음엔 유치원생이 내리고, 동생들을 배웅한 다음 중학생 언니가 걸어서 학교를 가고, 아빠가 회사 가고, 아직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지 않은 꼬마와 엄마는 다시 집으로 간다.
등하굣길에는 교통정리를 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이 분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나 가족이 보이면 무조건 stop 신호를 손에 치켜들어 온 차량의 흐름을 막는다. 교통 흐름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다. 오로지 이 할아버지의 관심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와 가족들에게만 쏠려 있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으면 차가 엉키든 말든 비치 의자에 앉아 왕처럼 휴식을 취한다.

 

사진1

사진2
[사진 1, 2. 교통정리 할아버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15분에서 30분 사이에 교실에 도착한다. 그러면 어느 한 아이도 예외 없이 교실 밖 가방걸이에 가방을 걸고 그 안의 책들을 꺼내 자기 책상 서랍에 탁 넣어놓은 후 운동장으로 직행한다. 그러고는 30분 수업 시작종이 칠 때까지 핸드볼, 농구, 그네타기, 미끄럼타기 등을 하며 한판 신나게 논다. ‘학교 도착 즉시 조용히 자습하며 차분히 수업을 준비한다.’ 이런 분위기가 결코 아니다.

 

 

 

 

사진3

사진4

사진5
[사진 3, 4, 5. 호프스쿨 아침 풍경]

 

 

수업은 3시 경에 마치며 목요일만 1시 30분에 끝난다. 목요일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날이다. 일찍 끝나는 데다 점심을 먹고 나면 ‘extended class’라는 이름의 자유 시간을 준다. 자유 시간에는 강당에서 함께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영화 보기 싫은 학생들은 자유롭게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뛰놀 수 있다. 자유 시간 후에 하교이니 사실은 오전에 정규 학습이 모두 끝나는 셈이다. 이런 시간은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규과목처럼 일주일에 한 시간, 우리도 이런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하나 넣으면 어떨까?

 

수업이 끝나면 엄마, 아빠들이 데리러 오고 학교는 순식간에 텅 빈다. 감독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 남아서 놀 수 없게 되어있다. 이것 때문에 학기 초 고민이 되었다. 나처럼 일하는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하지? 행정실에 문의하니 방과 후 돌봄 서비스 기관들의 리스트를 알려주었다. 익숙한 YMCA에서부터 여자 아이들만 받는 Girls Inc.까지 여러 기관,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그 중 YMCA만 호프 스쿨에 전용 교실이 있고 선생님이 파견되는 시스템인데다 저녁 6시까지 아이를 돌봐줘서 내 입장에서는 가장 편리했다. 다른 기관들은 방과 후 셔틀로 아이를 실어다는 주지만 데리러 갈 때에는 직접 그 기관으로 가야 했다.

 

일단 YMCA에 아이를 등록해놓고 보니(선先 결정, 후後 고민이 내 약점이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많지 않았다. 또한 주로 남자 아이들이 많고, 저학년이 많았다. YMCA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기관이니 좀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줄 알았는데, 숙제하라고 시키고,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만들기 활동을 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게 하는 게 전부였다. 내 아이의 경우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사귈 수 있어서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곳 아이들의 경우에는 부모들이 크게 선호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 반 친구 소피 Sophie의 엄마 인디 Indi에게 물어봤더니 과연 “YMCA요? 그냥 봐주는 Just watch 예요.”라는 대답을 했다.

 

“그럼 소피는 학교 끝나고 뭐해요?” 

“소피는 바빠요. 지금 축구 시즌이거든요. 월, 수, 금 축구 연습하고 토요일은 다른 팀과 시합해요. 화, 목은 바이올린이랑 피아노 레슨이 있구요.”

 

크리스티나 Christina의 스케줄도 이와 비슷했다. 월, 수, 금 축구 연습하고 토요일은 시합이 있으며, 화요일은 피아노 레슨, 목요일은 비치에서 서핑을 한다고 했다. 크리스티나의 쌍둥이 남자 형제인 찰스의 스케줄은 월, 수, 금 야구 연습, 화, 목은 크리스티나와 같고, 일요일에 시합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곳 아이들도 우리 아이들 못지않게 바빴다. 다만 우리 아이들처럼 수학 학원, 영어 학원 가느라 바쁜 게 아니라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거의 선수 수준으로. 월,수,금 훈련에 매주 주말마다 시합이라니) 하느라 바빴던 것이다. 대체 이곳 부모들은 어떤 생각으로 공부를 안 시키고 이렇게 죽도록 운동을 시킬까?

 

이곳 부모들이 결코 우리나라 부모들보다 아이에 대한 애정이나 교육열이 약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우리나라 부모들보다 더한 부분도 있었다. 엄마, 아빠가 총 동원되어 운전해서 아이를 축구 클럽에 나르고, 야구 클럽에 나르고, 서핑 데려가고 시합 데려가고 하면서 많은 시간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바치고 있었다.

 

내가 물어봤던 소피나 크리스티나의 엄마들은 말로만 듣던 전형적인 사커맘 soccer mom 들이었다. 즉 도시 교외에 사는 중산층 이상의 백인 미국 엄마들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방과 후 체육활동이나 다른 활동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열성엄마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남편은 사커 대디들이고.

 

물론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는 아이들도 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소피아의 경우, 아파트 공용 수영장에서 자주 마주쳤고, 우리가 저녁 먹고 산책하고 있으면 동네 친구들이랑 집 앞에서 음악도 없이 춤을 추고 노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곳 아이들은 가족들과 같이 일찍 저녁을 먹고, 숙제하고, 책 읽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처음에 이곳에 와서 저녁 9시나 9시 30분 정도만 되면 근처 집들의 불이 모두 꺼지는 걸 보고 놀랐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게 된 엄마들마다 물어보고 다녔다. “세바스찬은 몇 시에 자요?” “케일라는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나나요?”

 

대답은 놀랍게도 (거의 예외 없이)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는 잔다’였다.
내가 너무 놀라니까 “예원이는 몇 시에 자는데요?”라고 물어왔다.
“여기에 와서는 9시 경에 자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10시, 11시에 잤어요”
했더니 이번에는 그쪽에서 너무 놀라면서 나를 무슨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인 것처럼 쳐다보았다.
“한국은 공부를 많이 시켜서 숙제가 많거든요. 그리고 저나 남편이나 바빠서 늦게 들어오니까 애도 저절로 늦게 자게 되고....”
변명처럼 덧붙여 봤자 점점 나만 불리해지는 형국이었다.

 

미국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몇 시에 자는지, 방과 후 무얼 하는지는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었지만, 물어본다고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이 아직 더 많다. 누구보다 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사커맘들이 자녀들에게 왜 그렇게 운동을 많이 시키는지? (다시 말해 그 열성으로 왜 공부는 안시키는건지?) 왜 여자아이들에게 하고 많은 운동 중에 축구를 시키는 건지? 교육과 운동의 상관관계를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은 자녀들을 어떤 사람으로 자라도록 바라는 건지.
그리고 거꾸로 묻게 된다. 우리는 왜 그렇게 초등학생에게 잠잘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그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다 시키는 건지? 그 많은 선행교육과 취미활동들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을 어떤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인지.
나는 1년 동안 열심히 이곳 엄마들과 대화하면서 그 해답을 모색할 것이다.

 

조윤경 (이화여대 교수, UCSB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