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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성숙의불씨 564호 - 신화의 시대 - 엄정식

양선재 2018. 1. 16. 20:18



성숙의불씨 564호 - 신화의 시대 - 엄정식                                  

 


성숙의 불씨
 
   564호2018.01.16
‘성숙의 불씨’는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에서
주 1회(화)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신화의 시대

 

 

  세계 최초의 신화는 5천 년 전쯤 점토판에 수메르어로 기록된 '길가메쉬' 신화로 알려져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산물인 이 신화는 신이며 동시에 인간인 길가메쉬에 관한 영웅 서사시이다. 이 신화에 의하면 인간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신들도 노동을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점차 일을 하기가 싫어지자 그 노동을 대신할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자 인간들도 노동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졌고 결국 뱀으로부터 간교한 지혜를 배워서 신의 영역을 침범하기에 이른다. 이에 신들이 분노하여 거대한 홍수로 인간을 벌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신화'라는 것은 인간이 지닌 상상력의 소산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분명히 허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명백한 허구는 우리가 거기서 무엇인가 배우고 터득할 수 있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야기로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신과 인간의 관계가 오늘날 현대 문명에서 인간과 첨단기계와의 관계와 구조적으로 닮았다는 점이다. 인간도 노동을 피하기 위해 그 효용성만을 염두에 두고 자연을 파괴하며 각종 기계들을 만들어오지 않았는가. 이제 유전공학, 인공지능(AI)의 위협, 지구의 온난화며 오염의 문제들은 어떤 의미에서 이 기계들의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신화에서 신들이 홍수로 인간을 쓸어버리듯이, 현실적으로는 우리가 기계들을 한꺼번에 홍수로 쓸어낼 수는 없다는 점에 있다. 과연 우리들이 선택할 대안은 무엇일까. 


  보도에 의하면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지구도 머지않아 금성처럼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옥과 같은 곳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벌써 여러 해 전부터 우리는 지구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그는 다시 한번 그 절박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호킹 교수는 지구온난화 못지않게 인공지능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 그는 한 국제콘퍼런스에서 "인류가 대처법을 배우지 못하면 AI는 인류 문명사 최악의 사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루게릭병에 걸려 지난 55년간 투병하며 이제 76세를 맞이한 그에 대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사람들은 호킹 교수의 생일에 그의 건강을 걱정하지만, 이 물리학자는 인류의 생존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논평한다.


  이제 우리는 진정으로 인류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존재의 목자(牧者)'임을 강조하는 어떤 형이상학적 시인의 목가적인 염려에 한가하게 안주할 수만도 없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자연법칙을 이용하여 자연에 내재한 균형의 체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너무도 급속하고도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형태로든 인간에게 복수해 올 것이다. 모든 행위가 윤리적 함축을 지니는 과학기술시대에 우리는 정작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우선 그것을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이것이 또한 오늘날 우리에게 길가메쉬 신화가 단순히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다.

 

쓴이 / 엄정식
·서강대 명예교수
·생명다양성 재단 이사장

·세계시민기구(WCO) 철학종교분과 위원장
·전 서강대 대학원장
·전 한국철학회 회장

·계간 철학과현실 편집인

 

※ 글 내용은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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