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산 자연석의 덩굴식물은 오래 전부터 터를 가꿔 온 건축주의 여정을 보여준다.
마치 강원도 심산유곡에 들어앉은 듯 뛰어난 전망을 가진 곳. 10년 전 양평의 숨은 명당을 찾아 긴 세월 자신만의 터전으로 갈고 닦은 건축주는 지난해 비로소 집을 짓고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경기도 양평과 가평을 경계로 하는 통방산은 산자락이 수려하고 골짜기가 깊다. 산 중턱에 지어진 집은 자연스럽게 숲을 등지고 섰다. 아래로 주말주택 단지가 조성되어 있지만, 경사가 워낙 커 전망에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다.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앞산의 꼭대기가 마주보이는 곳. 이처럼 멋진 터전은 자연이 아닌, 한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고벽돌로 치장한 외장에서 견고함이 묻어난다.
HOUSE PLAN
-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 대지면적 : 2,214㎡(670.90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건축면적 : 82.5㎡(25평)
- 연면적 : 116.64㎡(35.34평)
- 건폐율 : 13.46%
- 용적률 : 19.15%
- 주차대수 : 4대
- 최고높이 : 7.2m
-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경량 목구조
- 구조재 : 캐나다산 SPF 구조목
- 지붕재 : 이중그림자 싱글
- 단열재 : 오웬스코닝 인슐레이션
- 외벽마감재 : 고벽돌, 적삼목 채널 사이딩
- 내벽마감재 : 스터코(슈퍼화인, 노말, 데코)
- 창호재 : 미국식 2중 시스템창호
- 평당 건축비 : 3.3㎡(1평) 당 460만원
왼쪽부터:FRONT ELEVATION, RIGHT ELEVATION, LEFT ELEVATION, BACK ELEVATION
정치성 씨는 13년 전, 이곳 산비탈의 땅을 구입해 긴 세월 가꿔왔다. 정년이 되면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젊은 시절 시작한 일이다. 고단한 토목과 허가 과정을 거치며 땅은 차츰 안정을 찾았고, 지난해가 되어서야 드디어 집짓기에 들어갔다. 건축은 땅을 고르는 일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뜻이 맞는 건축회사를 만나 설계와 시공을 의뢰하고 그동안 부부가 가진 집에 대한 밑그림을 현실화했다.
이들은 적당한 규모의 내실 있는 집을 원했다. 단출한 평면에 내구성 높은 자재를 택해,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외관으로 디자인했다. 중국에서 들여 온 고벽돌과 적삼목 사이딩이 외장 마감재로 채택되었다. 이들은 견고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멋스럽게 보인다. 집 앞으로는 'ㄱ'자 너른 데크가 설치되었는데, 정치성 씨는 여기에 기둥과 지붕을 더해 쉘터를 만들었다. 10인용 테이블까지 두어 지인들과 어울려 전원생활의 정취를 맘껏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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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전면에 쉘터를 만들어 전망을 즐긴다. |
쉘터는 건축주가 직접 조명을 달고 애자를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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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OR SOURCES
- 내벽 마감 : did 실크벽지, 백색 VP도장
- 바닥재 : 동화자연마루
- 욕실 및 주방 타일 : inus
-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 주방 가구 : 베네코
- 조명 : 조명나라
- 계단재 : 멀바우 계단재
- 현관문 : 신진도어
- 방문 : 원목도어(백색 VP도장)
- 붙박이장 : 주문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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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자 형 아일랜드 가구로 주방을 채웠다. 창을 통해 방문객을 볼 수 있다. |
계단실 아래는 수납장과 책장을 배치했다. |
부부의 취미실에서는 다양한 일과가 이루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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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심플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부부에게 최적의 공간이다. 1층은 거실과 주방이 오픈 구조로 되어 있고, 부부의 취미실이 한켠에 자리한다. 거실 천장은 육중한 서까래 장식이 강렬하게 시선을 끈다. 경량 목구조 주택이지만 마치 기둥보 구조 같은 무게감으로 인테리어의 중심을 잡고 있다. 드레스룸과 욕실이 딸린 부부의 취미실에서는 다양한 일과가 이루어진다. 장구와 북은 물론, 사군자를 연마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창은 바닥에 앉았을 때 어깨 높이에 위치해 있어 좌식 생활에도 충분히 전망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부부침실은 2층에 자리한다. 지대가 워낙 높다보니 프라이버시와 상관없이 창을 많이 내었고, 이 개방감은 2층 발코니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눈과 비가 들이치지 않게 처마 안쪽으로 공간을 구성해 작은 테이블과 벤치를 두었다. 자연이 있는 배경에 앤틱한 가구가 무리 없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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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서까래 장식으로 모던하면서 앤틱한 거실을 만들었다. |
휴양지에 놀러온 듯한 전망을 가진 2층 부부 침실 |
개방감 있는 실내를 위한 2층 발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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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 1F |
PLAN - 2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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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건축주 정치성, 김윤희 부부
이 땅을 마련하게 된 계기는?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원래 밑에 있는 단지를 분양 받으러 온 길에 이 터를 만났다. 산과 맞닿은 비탈이었는데, 직접 개발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구입 후 서울에서 일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내려와 토목 공사를 진행했다. 무역업만 30년 가까이 해 온 내가 건축이나 토목에 대해 알 리 없었지만, 당시 젊은 패기 하나만 믿고 시작했던 일이다.
어떤 점이 가장 고생스러웠나?
애초 지목이 여러 종류가 섞여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형질 변경을 해야 했다. 양평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허가 문제도 많이 까다로웠다. 또한 집짓기를 앞두고는 배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어려웠다. 산중턱이라 물줄기가 세기 때문에 집 뒤편으로 자갈을 한참 묻어 배수로를 만들었다.
생활용수는 어떻게 얻었나?
마을 수도가 들어오긴 하지만, 여긴 고지대라 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공을 팠는데 흙물이 나와, 이동해서 다시 파는 작업을 했다. 다행히 지하수를 얻을 수 있었는데 혹여 건축 계약을 해 놓고 물이 나오지 않았다면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다른 이들에게 건축 전, 물 문제를 먼저 해결해 두라고 강조하고 싶다.
집에 대한 구상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땅을 사서 바로 집을 짓는 것보다 한참 후에 짓는 편이 좋은 것 같다. 바람의 방향, 해의 이동 등 땅과 친해지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또한 머릿속에 수많은 집을 짓고 허물기를 반복하다 보니 우리에게 딱 맞는 집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었다. 원하는 공법이나 디자인도 애초 구상과 많이 바뀌었다.
바라던 집의 스타일은 어떤 변화 과정을 거쳤나?
처음에 우리는 한옥에 매료되어 있었다. 한옥문화원에서 6개월 과정으로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원생활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여기저기 답사를 하면서 한옥을 짓고 사는 게 버거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친환경적인 목조주택으로 바꾸고,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마음의 결정을 했다.
집짓는 과정은 어떠했나?
집을 짓기 2년 전 쯤, 아예 양평의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그동안 도시에서만 생활했던 터라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스스로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이웃들을 많이 사귀고 시골 생활의 즐거움을 경험했다. 또한 실제 집을 짓는 중에는 매일 현장에 들러 볼 수 있어 좋았다.
본격적인 전원생활은 어떠한가?
지인들은 외롭지 않냐고 걱정하는데, 이곳에도 같은 취향의 벗이 많이 생겼다. 인근 복지센터에서 사군자와 사물놀이, 전통 무용 등 질 높은 강좌들을 들으며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 집들이를 할 때는 사물놀이팀이 마당밟기도 해 줬다.
전원생활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난겨울 눈이 많이 와서 치우는데 고생도 했지만, 자고 일어나면 마치 삿포로의 한 호텔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자랑하며 한껏 즐거워 한 기억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나이별로 어울리는 집이 따로 있다. 젊었을 때는 활발한 집, 나이가 들면 에너지 소모를 많이 안하는 간결한 집, 더 나이가 들면 낮은 터에 소박하고 무게감 있는 집이 어울린다. 우리 부부는 70대가 되면 마을 가까이 오두막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다. 일본 다도 문화에서 말하는 ‘와비 정신’의 뜻처럼 물질을 버리고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살고자 한다. 그게 삶의 내공일 게다.
출처 전원속의 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