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불행한가?
얼마 전에 OECD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한국인의 삶의 질이 조사 대상국 가운데서 꼴찌에 가깝다 한다. 지난봄 미국의 Pew Research Center는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100점 만점에 47점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보다 낮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빈국으로 원조받던 나라가 불과 70년 만에 원조하는 나라로 발전했고, 민주화도 세계 20위 수준이라는데 왜 이렇게 불행할까? 사람이 하는 모든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하게 되는 것인데, 이렇게 불행하다면 그동안 우리가 뼈 빠지게 일하고 희생한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과거에는 사람의 행복과 불행이 주로 자연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풍년이 되면 행복하고 흉년이 지면 불행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이 아니라 다른 사람, 사회가 행·불행을 결정한다. 만약 한국인이 불행하다면, 이는 한국 사람들, 한국 사회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두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한국인의 경쟁심이 너무 강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큼 경쟁심이 강한 국민은 없다고 ECONOMIST 전 한국 특파원 D. Tuder가 지적했다. 95점을 받고 3등 하는 것보다 70점을 받아도 1등 하기를 원한다. 사교육을 받는 이유는 대체로 부족한 실력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다. 선행학습이 그 전형이다. 모두가 자신보다 더 부하고 강하고 높은 사람을 쳐다보니, 가장 부하고 강하고 높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불행할 수밖에 없다.
경쟁이 심하더라도 그것이 공정하게만 이뤄진다면, 좀 덜 불행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도덕, 예의, 준법 수준이 너무 낮아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부정, 부패, 사기 등이 종합 뉴스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경제는 세계에서 10권인데 투명성은 세계에서 46위라 한다. 낮은 도덕성과 불법은 반드시 피해자를 만들기 마련이고, 피해자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부패는 흔히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이라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은 대부분 경쟁에서 패배한 약자들이고 그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억울함은 배고픔 못지않게 견디기 힘들다.
이제는 행복하게 되는 길을 찾을 때가 되었다. 남과 비교해 봐야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을 터득하고, 다른 사람을 억울하게 하면, 그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경제발전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사는 것에 눈을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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