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섬기는교회]/사회[시민]

[스크랩]부패와 분열

양선재 2015. 9. 16. 12:25

성숙의 불씨
 
   447호 2015. 9. 15
‘성숙의 불씨’는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에서
주 1회(화)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부패와 분열 

 

 

  요즈음 유난히 남북관계와 통일에 관한 담론이 화제가 되고 있다.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아 새삼스럽게 통일을 향한 염원을 다짐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분단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타성에 젖어 이러한 상황에 적응하거나 안주하려는 경향이 팽배해져 있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과 여전히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정전(停戰) 상태에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정전 상태에서는 임전 태세를 갖춘 경각심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이다. 그것은 반드시 군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늘날 비록 오래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모든 국민은 살얼음을 걷듯 위험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 주변에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불미한 사건들은 유난히 우리를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얼마 전 육군 제 50사단 신병 교육 훈련장에서 수류탄이 던지기도 전에 터져 교관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국방부는 이 수류탄이 작년 9월 작년 9월 경북 포항 해병대 훈련단에서 터진 수류탄과 같은 연도에 같은 공장 라인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밝혔다. 군이 밝혔듯이 수류탄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통계적으로 표본 시험은 0.01%가량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추진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우려할 일은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우연의 일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적과 대치해 있는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적인 부패와 분열이다. 이 양자는 서로 무관하지 않다. 부패는 이해관계에서 자행되고 이것은 또한 분열의 근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전직 해군 참모 총장과 그 아들이 해군 함정 건조와 관련된 뇌물 사건으로 각각 징역 10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율곡사업 비리가 드러난 이후, 무기 도입과 관련한 비리 사건들은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다. 정전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기가 힘들다. 정치, 경제, 문화를 위시해서 교육, 노동, 계급, 빈부 등 각 분야의 양극화도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 결국 궁극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꿈꾸던 사회이며 목숨을 걸고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국가인가.

 

  이러한 문제에 부딪히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정치적 영웅이나 종교적 성자의 등장을 기대하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그들을 우리 자신의 손으로 제거해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연히 큰 통일을 부르짖기 전에, 사회 전반에 걸쳐서 각자가 사소한 분열을 극복하고, 작은 통일을 날마다 조금씩 이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곧 성숙사회의 구현을 그토록 갈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쓴이 / 엄정식

·서강대 명예교수
·생명다양성 재단 이사장
·전 서강대 대학원장
·전 한국철학회 회장

·계간 철학과현실 편집인

※ 글 내용은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