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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양선재 2015. 8. 5. 22:21

예보=국민안전 … 태풍 3개 북상에 전쟁 터진 듯 초긴장 (중앙일보 2015.07.12 03:04)

태 풍 2015/07/12 14:02

예보=국민안전 … 태풍 3개 북상에 전쟁 터진 듯 초긴장

태풍의 계절, 제주 국가태풍센터를 가다

 

태풍 3개가 한꺼번에 활동하던 9일 오전 국가태풍센터 예보실에서 예보관들이 위성사진을 보면서 태풍의 진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자리잡은 국가태풍센터. 중앙의 원형건물과 유리돔은 태풍의 눈을, 양쪽의 직육면체 건물은 태풍의 날개를 형상화했다.

 

한라산 중턱에 50m 앞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끼었던 지난 9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국가태풍센터. 주변의 평온한 풍경과 달리 태풍 모양을 본뜬 센터 건물 2층의 예보실은 디데이를 눈앞에 둔 병영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태풍 예보관들은 컴퓨터 모니터에 뜬 태풍 위성사진과 해수면 온도, 풍향 등 각종 자료를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마치 의사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화상을 보면서 환자를 진단하듯 태풍 덩어리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뜯어보며 열띤 토론을 했다.

 “제9호 태풍 찬홈(CHAN-HOM)이 11일 중국 상하이 부근에 상륙한 뒤 해안과 가까운 육지를 따라 북쪽으로 방향을 틀고 계속 이동할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서해를 따라 북상하면서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층 기류 변화를 좀 더 들여다봐야 합니다.”

 찬홈뿐만 아니라 10호 태풍 린파(LINFA), 11호 태풍 낭카(NANGKA)까지 태풍 3개가 한꺼번에 발생한 이례적인 상황 탓에 예보관들은 숨 가쁘게 움직였다. 오전 10시 9호, 10시30분 10호, 11시 11호 태풍 예보가 각각 나갔다. 언론사 등에서 걸려 오는 전화도 응대하고, 서울의 기상청 본부와 화상회의도 병행하느라 분주했다.

태풍 없을 땐 동남아 국가와 정보 교류
태풍 예보를 총괄하는 강남영 박사(사무관)는 “평소 4명의 예보관이 12시간씩 일했지만 태풍이 3개나 발생하는 바람에 지금은 2명이 함께 24시간씩 격일로 일주일 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태풍이 비를 몰고 와 가뭄이 심한 중부지방에 뿌려 준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태풍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상 이동 경로를 정확히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2008년 기상청 산하에 설치된 국가태풍센터에는 박사급 예보관·연구원 5명을 포함해 기상청 소속 태풍 베테랑들이 모여 있다. 윤원태 센터장은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기상청에서 20년 가까이 일했고, 강 박사도 8년째 태풍을 연구하고 있다. 이곳에는 30여 명의 예보·연구팀 소속 직원이 1년 내내 각종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예보 컴퓨터 모델에서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할 것 같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 그때부터 보통 열흘씩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한반도에 태풍이 오지 않는 봄이나 늦가을에도 적도 부근 바다에는 태풍이 계속 발생하는데, 태풍센터에서는 이들 태풍도 분석해 그 결과를 다른 나라들과 공유한다. 필리핀·베트남·태국·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엔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태풍센터 직원들은 최근 한국의 태풍 예보 능력이 일본 기상청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윤 센터장은 “태풍 피해가 많은 제주도민들의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해 이곳에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태풍센터는 기상 레이더가 각각 위치해 있는 제주도 서쪽 끝 한경면 고산리와 동쪽 끝 성산포 중간쯤에 있으면서 태풍 때 거센 파도가 몰려오는 남쪽 서귀포 쪽을 바라보고 있다. 태풍센터 직원들은 서귀포 쪽 관사에서 함께 생활하고 대부분 오전 7시쯤 출근한다. 윤 센터장은 “정확한 예보가 곧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11호 태풍 닝카 진로에 촉각 곤두
윤 센터장은 “올해는 엘니뇨가 발달하고 강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여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바닷물 기온이 상승하는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북서태평양의 태풍 발생구역이 예년보다 남동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해양에서 오래 머물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를 받아 더 강해진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올해 엘니뇨는 역사상 가장 강했던 1997년보다 더 강력한 ‘수퍼 엘니뇨’로 발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엘니뇨로 인해 적도 부근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저기압 세력이 커지면 중위도 지방에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도 함께 커지는데, 이 강한 고기압의 저항을 뚫고 솟아나는 태풍이라면 세력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태풍 숫자도 많다. 북서태평양 해역에서는 7월 말까지 평균 7.6개 정도가 발생한다. 올해는 7월 중순인데 벌써 11개째다. 11일 태풍센터는 “9호 태풍이 상하이 부근을 지나 12일 오전 서해상으로 다시 빠져나온 뒤 북북동진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일본 오키나와를 향해 북서진 중인 11호 태풍 낭카도 경우에 따라 한반도에 직접 상륙할 가능성도 있다. 10호 태풍 린파는 10일 오전 홍콩 근처 육상에서 소멸됐다.

 제주대 문일주(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는 “엘니뇨가 강하게 발달했던 97년에는 강력한 ‘수퍼 태풍’이 10개나 생겨났는데, 올해 그보다 더 강한 엘니뇨가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강한 태풍들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수퍼 태풍은 태풍 중심 최대 풍속(1분 평균 풍속)이 초속 65m 이상일 때를 말한다. 시속 234㎞ 이상의 상상하기 어려운 강풍이 부는 게 수퍼 태풍이다.

9월 말까지 남쪽 바다 풍향과 씨름
서울대 허창회(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7월부터 태풍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든지 한꺼번에 3개씩 발생하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다”며 “올여름 필리핀과 대만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높고 동중국해 쪽에서는 윈드시어(wind shear)가 약하기 때문에 한반도로 강한 태풍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윈드시어는 풍향과 풍속이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돌풍인데, 강한 윈드시어는 태풍을 깨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윈드시어가 약하면 태풍이 북상할 수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해양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받아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진다. 벌써 대만 주변의 해수 온도는 30도를 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바다 표면 아래 깊은 곳에서도 수온이 높다. 태풍에 힘을 보태 줄 에너지가 가득하다는 얘기다. 9월 말까지 석 달간 먼 남쪽 바다 풍향과 씨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구온난화 지속 땐 한반도까지 수퍼 태풍 영향권

(중앙일보  2015.07.12 03:03)

 

태풍은 북서태평양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 중에서 중심 부근 최대 풍속(10분 단위 평균)이 초속 17m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북서태평양 지역에서는 연평균 26.7개꼴로 발생하고 그중 3~4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 태풍으로 발달하기 직전이나 소멸하는 단계의 풍속이 초속 17m 미만인 ‘꼬마 태풍’은 열대저압부(TD)라고 불린다.

 태풍은 지구 저위도 지방에 축적된 열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분산시켜 열에너지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태풍은 온도가 높은 해역에서 발생해 북태평양 고기압 같은 아열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한다. 해수 온도가 낮은 고위도 지방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해양으로부터 열과 수증기 공급이 줄어들면서 약해진다. 또 육지에 상륙하면 마찰력이 증가하면서 힘이 떨어지고 소멸한다.

 북서태평양의 태풍이나 북대서양·서인도제도·태평양 동부의 허리케인, 인도양 남부와 벵골만의 사이클론, 호주의 윌리윌리는 지역에 따라 이름만 다를 뿐 모두 같은 기상학적 현상이다. 태풍은 강풍과 폭우로 피해를 부르지만 가뭄 지역의 해갈에도 도움이 된다. 바닷물을 뒤섞어 적조 발생을 막아 주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다.

 태풍은 구름 없이 맑은 ‘태풍의 눈’ 주변을 구름이 벽처럼 둘러싼 모양을 하고 있다. 구름 벽의 높이는 대략 12~20㎞다. 태풍의 하층에서는 바람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불어 들어가고 꼭대기 부근에서는 바람이 시계방향으로 빠져나간다. 태풍의 중심으로 갈수록 기압은 낮아지고 온도는 높아진다. 중심 기압이 낮을수록 강한 태풍이다.

 1959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사라’로 인해 849명이 사망·실종됐고 37만34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02년 8월 말 강타한 ‘루사’는 강릉 지방에 하루 870.5㎜의 폭우를 쏟았다. 2003년 9월에 상륙한 ‘매미’는 제주도 고산리에서 관측한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60m에 이를 정도로 강한 바람을 동반했다.

 서울대 허창회(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태풍의 생성·발달·소멸 단계에서 세력이 가장 강해지는 지점의 위치가 점차 북쪽으로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상승한 탓”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 무렵엔 세력이 약화돼 가장 강했을 때의 50%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60~70% 수준을 유지한 채 한반도에 상륙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태풍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구온난화로 태풍 개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란 설명이다.

 제주대 문일주(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38년간 북서태평양에서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65m 이상(1분 평균 풍속 기준)의 수퍼 태풍 개수를 분석한 결과 후반기 19년 동안에는 전반기보다 5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금은 수퍼 태풍이라도 한반도 부근까지 북상하면 세력이 약해지지만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한반도가 수퍼 태풍의 위력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