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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교원 행정업무 경감으로 교육력 회복의 날개달기

양선재 2014. 9. 11. 23:54

교육정책 네트워크 정보센터

현장리포트
교원 행정업무 경감으로 교육력 회복의 날개달기
최진경(경기 상탑초등학교 교사)
E-mail: kei8849@hanmail.net
발행일자 : 2014.09.10


교원 행정업무 경감으로 교육력 회복의 날개달기

 

 

 

 

   교원 행정업무경감, 왜 필요할까?

 

   2월 말이 되면 교사들은 새롭게 만날 아이들을 생각하며 다양한 학급운영을 계획하고 어떻게 첫 만남을 시작할까를 고민해야하지만, 이보다는 올해는 또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좀 더 쉬운 업무를 기다리는 마음은 필자가 교직을 시작한 첫해부터 한결같이 스쳐 가는 바람이었다.

 

   학교교육의 본질은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중심에 둔 교육활동이 아니라 업무가 더 우선시 되는 현실에서, 교실 수업은 신뢰를 상실하고 학교교육은 부실해져 학생의 사교육 의존을 야기한다는 지탄에도 변하지 않는 교실의 문제. 이제 교육의 문제는 학교가 아니라 교실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수업의 중심에서 연구하고 고민하는 교사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수의욕을 떨어뜨리고 수업준비보다 내일 보고해야 할 공문을 걱정하는 교사의 과중한 업무는 무엇보다도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교육과 관리라는 양면적 문화가 공존하는 학교에서는 쉽게 결과가 드러나지 않는 교육활동은 적당히 해결하고, 지금 당장의 업무와 결과에만 관심을 가지는 현장의 관행은 교사를 업무전문가로 몰아가고 있다.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교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교원 행정업무경감이 아니라 교원 업무 정상화로 나아가야 한다. 교사의 본질적인 역할을 회복하고 교육활동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업무는 간소화되어야 하고, 업무의 간소화는 지엽적이고 임기응변식 방법이 아니라 보다 직접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교육활동을 중심에 둔 재조직화

 

   학교조직 효율화라는 경기도교육청의 시책에 따라 추진된 상탑초등학교의 교원 행정업무 경감 방안은 한마디로 모든 학교 조직을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중심을 두어 재조직화한 것이다. 업무중심의 조직을 교육과정 중심으로 재편하고 교무실과 행정실을 통합한 교육지원실을 운영하였으며, 교육활동 및 교육행정 업무분석을 토대로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여 교사와 실무사와의 협력적인 관계를 증진하고자 하였다.

 

   교무실은 협의와 소통 중심의 활동이 많고 행정실은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는 서로 다른 이질성으로 인해 통합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 그래서 가급적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고 복도공간을 합쳐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하였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불만도 있었으나 결재를 한 공간에서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장점과 업무추진 시 교무실 실무사팀과 행정실팀의 빠른 협조와 이견 조율로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하며 업무를 서로에게 미루는 등의 갈등 요인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교사들이 지출품의 등을 위해 교무실과 행정실을 오가는 번거로움이 사라졌기에 필요 이상의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특히 교육지원실에서는 매주 월요일 9시, 협의를 통하여 지난주 교육지원 성과에 대한 평가와 금주의 교육지원계획에 대한 정보 공유, 역할분담 등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 협의한다. 참석자는 교장, 교감, 행정실장, 주무관, 행정실무사, 사서, 영양교사, 복지사 등 모든 지원 인력이 지원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떻게 하면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나눔과 동시에 지원실 구성원들의 자긍심과 소속감을 높이고 학교교육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로 삼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및 업무를 학생지도와 직접 관련이 있는 교육활동 및 교육활동 중에 발생하는 업무(업무 속 업무), 학생지도와 직접 관련이 없는 단순 통계, 회의록 작성, 품의 등의 교무행정 업무로 구분하였으며, 이를 뉴얼화하고 역할 수행자를 명확히 하여 업무로 인한 갈등을 줄이고 교사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즉 교사는 학생지도와 직접 관련 있는 교육활동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업무는 실무사들이 전담하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현장체험학습을 추진할 경우 교사는 체험학습 계획 수립, 장소 선정, 사전 답사 및 학생 인솔, 사후 반성회 등의 직접적인 교육활동을 담당한다. 교육지원실에서는 체험학습 관련 자료 수집, 안내장 발송, 차량 계약, 경비산출, 각종 품의 등의 활동을 통해 교사의 여러 가지 업무를 도와주고 있다. 또한, 학급별 학습준비물도 목록과 수량만 작성하여 행정실무사에게 인계하면 적당한 물품을 찾아 에듀파인 품의 및 구매까지 완료하여 교실로 배달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각종 공문, 자료집계보고, 지출 품의 등은 행정실무사들이 기안권을 가지고 있어 실무사가 직접 기안 하고 발송하며 교사는 기본적인 계획을 수립하거나 필요한 내용만 알려주는 정도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되고 학교 구성원들이 익숙해지기까지는 협력과 소통, 조율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오히려 교사가 기안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불안을 느끼거나 잡무가 줄어듦으로 인해 남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경우가 초기에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업무경감이 단순히 교사들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사 본연의 업무를 찾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임을 교사들 스스로 깨닫고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전문성 신장에 몰입

 

   매주 월요일 오후 동학년 교육과정 협의회 시간을 확보하여, 한 주간의 교육과정 협의, 학습자료 개발, 아이디어 공유, 공동수업 개발 등의 시간으로 활용하였다. 또한, 배움일주일이라는 주간 학습계획을 바탕으로 일주일간의 각 교실 수업을 협의함으로써 새로운 수업 방법을 탐구하고 상호 컨설팅을 통해 보다 계획적이고 충실한 수업활동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학급 간의 벽을 허물고 한곳에 모여 교육활동을 논의한다는 자체가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시작이 되었으며, 이를 통해 교사는 함께 성장하고 성찰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모든 교사에게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우려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 여유 있는 마음은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어 전문성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자발성으로 승화되었다. 인문동아리를 통해 독서 및 토론 활동으로 지적인 성장을 꾀하거나 수업비평동아리를 구성하여 수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도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변화는 교실의 아이들에게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침맞이를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고, 눈을 맞추며 아이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여유, 함께 쉬는 시간을 보내고, 함께 교실 정리를 하며 나누는 한마디가 얼마나 학생과 교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말이다.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를 쌓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가운데 수업혁신과 교실혁신은 한 걸음 더 가까워지며 우리가 소망하는 교실의 모습이 이루어질 것이다.

 

 

   소통과 협력의 관계로...

 

   교원 행정업무 경감은 최종적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가 교실의 변화를 체감하고 학교 교육력의 향상을 느낄 때 그 목표가 달성된다. 교사 스스로 교실과 아이들에 집중하고 있음을 느끼고,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가 변하고 있으며 교사가 교육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확인할 때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모든 학교 구성원들은 각자의 역할에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먼저 교사와 실무사 간의 적극적이고 협력적인 업무 이해가 필요하다. 교사의 업무와 행정실무사의 업무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교육활동을 위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서로의 업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배려, 소통이 요구된다. 교무행정업무라고 하여 교육활동과 완전히 무관할 수 없으며 교사들의 협조가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행정실무사에게 어떤 업무를 떼어줄까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교사가 가르치는 일 이외에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 일을 떼어 준다는 것은 나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래서는 교사의 업무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교사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재규정이 있어야만 교육의 주체로 교사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역할은 연구하고 가르치고 아이 사랑하기가 전부이어야 한다. 이것만이 교사의 존재 가치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길이라고 본다.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약력
최진경 교사는 교실속 아이들의 성장에 의미를 찾는 행복으로 교단에서 20여년 생활하고 있다. 혁신학교에 근무하면서 교육이 추구해야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현재는 혁신학교 일반화 연구년 교사로 경기도내 여러 학교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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