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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학교교육력 제고를 위한 교직원의 역할

양선재 2014. 9. 11. 23:58
교육정책 네트워크 정보센터


현장리포트
학교교육력 제고를 위한 교직원의 역할
이기성(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교장)
E-mail: ksflee@sen.go.kr
발행일자 : 201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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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력 제고를 위한 교직원의 역할

 

 

 

   화가와 독재자, 이 둘은 언뜻 보면 이질적인 조합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에 이 모든 것들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한 소년이 있었다. 부모는 그가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하였고, 학교에서는 그의 재능에 무관심했다. 빈 국립 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미술을 공부하려 했으나 학장은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당시에는 사물에 작가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일명 야수파 그림이 유행하였는데 그의 그림은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창의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긴 마음의 상처로 그는 한을 품은 채 화가의 꿈을 접었다. 훗날 최고 권력자가 된 그는 미술계에 무서운 보복을 가했다. 유럽 전역에서 미술품을 약탈하는가 하면, 야수파 화가들의 작품을 퇴폐미술전이란 이름으로 전시하여 자존심을 짓밟고, 학장이 유대인이란 이유로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는 나치독일의 총통이자 2차 세계대전의 전범으로 악명 높은 아돌프 히틀러이다.

 

   사람은 타고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 이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서 본 히틀러의 사례처럼 한 사람의 성장에 교육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며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교육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못한 능력을 갖추게 할 수도 있고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현 교육현장에서는 교육이 무엇인가, 이 시대 또는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합의 없이 당장 필요한 시험 중심의 교육만 있으며, 교사는 전문직으로서의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좋은 교사가 나타날 토양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학교에서는 행정 위주의 업무에 치중한 나머지 학부모들의 지나친 학벌주의에 휩쓸려 입시중심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좋은 교사가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행하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좋은 교사를 양성하고 이들이 마음껏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교사는 교과교육학적 지식과 탁월한 소통의 전문가가 되어야

 

   교사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학생들과 대면하는 사람이니만큼 좋은 교사는 곧 좋은 수업과도 연결된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과거의 지식을 현재에도 적용시킬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교사는 기존의 지식에 의존하기보다 항상 겸허한 자세로 스스로도 학습자가 되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보를 얻어야 할 것이다. 이는 교사 개인에게도 전문직으로서 지식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교사들에게 있어서 축복이다. 다양한 경로로 지식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이를 잘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이 스스로 교과내용을 쓸모 있는 지식으로 재가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요즘 아이들의 정서는 예전에 비해 매우 불안정하다. 현대의 교육에서 지식전달보다 아이들과의 소통능력이 중시되고 있는 것은 시대적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교사들의 원만한 소통은 정서적 안정, 좋은 인성을 갖추고,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학생을 만들어 가게 된다. 교사는 선입견으로 아이들을 대하기보다 항상 아이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진로 탐색을 위해 노력하고, 필요하다면 자녀의 재능과 적성을 무시한 채 자신의 뜻만 고집하는 학부모를 설득시킬 정도의 소통 능력을 갖춰야 한다.

 

   교사에게는 교과 지식보다 교과교육학적인 지식이 더 요구된다. 단순한 교과 지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에 교육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교과 내용을 선정하여 가공해서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하는 방법, 즉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교사는 교과교육학적 지식을 가지고 학생, 학부모와 소통하면서 학생의 잠재적 가능성을 발견하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도록 길러내는 교육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며, 교사 스스로 이러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교사도 사람이라 혼자서 다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동료 교사와 협력해야 한다. 교과별, 교육활동 영역별로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습동아리, 연구회 등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전문학습공동체를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교장·교감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교사가 교과교육학적 전문가가 되어야 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에만 맡기기에는 부족하다. 학교 측에서는 교과별, 교육활동 영역별로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습동아리, 연구회 등의 활동이 활발해지도록 여건을 만들어 학교가 전문학습공동체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학교장과 교감은 이러한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특히 학교장은 학교의 리더이자 교사들의 리더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리더십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었다. 리더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능력이다. 학교장은 대화를 주도하기보다는 시작하고 교육의 본질과 방법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리더 중에는 성과에 급급하여 구성원들에 대한 공감과 존중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학교장은 교사들을 학교의 부품처럼 이용하는 대신 가르침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수업에 필요한 연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유도하여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학교장은 교육의 선배로서 교사들의 역할 모델이 되는 사람이다. 따라서 솔선수범하여야 하며 고정관념을 버리고 다른 기준으로 새롭게 조직과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모든 조직에 리더가 필요한 것처럼 학습공동체에도 유능한 리더가 필요하다. 학교장은 교사를 비롯한 학교구성원들이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불편함이 없도록 구성원들의 각기 다른 의견을 조율하며 수용하면서 전문학습공동체를 지향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교사와 학교의 교육활동을 신뢰하고 지원하는 사회와 국가

 

   새로운 교육방식을 도입하는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행정적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나 현재 교육지원 행정은 교육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표준화되고 반복적인 업무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교육지원을 맡은 행정부서에서는 우선 교사가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사무 지원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여야 한다. 과감하게 교사 중 교육행정 전공자로 행정사무 지원을 전담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과 이에 대비한 교육의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여 교사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게 하고, 행정 중심 학교 체계를 극복하여 가르침과 배움 중심의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회와 국가는 좋은 교사를 길러내기 위한 교사양성교육 시스템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며, 교육전문가인 교사와 학교가 책임을 지고 마음껏 교육할 수 있도록 적극 신뢰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는 개인이나 어느 특정 집단, 기관의 힘으로는 부족하므로 반드시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하는 문제이다. 교육으로 더 나은 미래사회를 만드는 데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교사와 학교의 교육활동을 적극 지원해주어야 한다.

 

   히틀러의 입학을 거절한 빈 국립 미술아카데미 학장의 이후 행적과 어린 시절 히틀러의 스승이 누구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학장은 유대인 수용소에 끌려가는 동안 30여 년 전에 내친 그 학생을 떠올리며 지난날을 후회하거나, 가스실에서 죽어가는 동족(同族)을 보며 통곡했을 것이다. 히틀러의 스승들은 제자의 반인륜적인 범죄에 자괴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가 저지른 잔인한 범죄는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가 재능을 제대로 인정받아 빈 국립 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하였다면 그는 화가 히틀러로 역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만일 그가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았거나, 다른 재능을 찾아 진로를 탐색하도록 도운 스승을 만났다면, 그는 정치적 수완과 최고 권력자라는 지위를 긍정적으로 발휘하여, 형편이 어려운 예술가들을 지원함으로써 예술을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웅과 범죄자는 종이 한 장 차이이며 그것은 교육이 좌우한다. 교육의 전문가인 교사와 학교는 단 한 명의 학생도 낙오되지 않고 저마다 자신의 꿈과 끼를 기르며 바르게 성장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끝까지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가와 사회는 왜 교육이 필요한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아이들과 교사가 정확히 알고 미래를 준비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교실에 있는 아이들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제 2, 3의 히틀러가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어른들에게 제대로 보살핌 받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 한, 히틀러는 어느 교실에나 존재한다. 내가 가르친 아이가 희대의 범죄자가 되어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교육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큰 모욕이 아니겠는가.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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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이기성 교장은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한 뒤 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유중학교 교장, 등명중학교 교장, 교육인적자원부 장학관, 서울특별시교육청 장학관, 서울사대부설고 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한국학교컨설팅연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경인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