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교육/ 교육 일반

교과 독서

양선재 2014. 5. 22. 14:52

 

 

 

교과 독서 : 무엇이고, 왜 중요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순영(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E-mail: jinha-sulli@hanmail.net

발행일자 : 201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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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독서 : 무엇이고, 왜 중요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독서는 한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로부터 세계 각국이 독서를 교육의 근간으로 삼고, 국민에게 양질의 독서 활동을 권장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학교 교육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는 위기론이 제기될 때마다 정책 입안자들과 교육 연구가들은 독서 교육에 주목해 왔다. 다만 과거에는 문맹 퇴치와 같은 기초 문식성 습득(예: 글깨치기, 읽기 방법을 배우는 것 Learning to read)이나 교양 독서가 독서 교육의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를 읽고 정보를 학습(예: 학습을 위한 독서 Reading to Learn)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적극적인 독서 활동이 강조되고 있다. 개인과 사회가 요구하는 독서 수준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요즈음, 독서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사안 중의 하나가 바로 ‘교과 독서(content area reading)’이다.
 
 
   독서=학습, 내용 교과의 학습은 ‘독서’를 통해 가능
 
   교과 독서는 말 그대로 개별 교과의 내용 학습과 연계된 독서 활동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수학, 과학, 사회, 가정, 예술 수업에서 교과 내용과 연관된 다양한 텍스트를 읽고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확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 독서는 교과별로 학습 수준이 심화되는 중등의 학습자에게 더욱 중요한 활동이다. 최근에는 교과 독서와 교과 작문, 그리고 이를 합친 교과 문식성(content area literacy)이라는 용어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독서는 국어과에서 담당하는 교육 내용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때 독서의 대상은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인 경우가 많았고, 독서의 목적도 작품 감상이나 인성 함양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독서를 매우 편협하게 이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독서는 근본적으로 텍스트에서 의미(지식)를 구성하는 고도의 사고 작용으로, 모든 독서 활동은 일종의 지식 습득(학습)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교과, 특히 내용 교과의 학습은 독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독서 능력은 곧 학습 능력이기 때문에 적절한 독서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습자는 학습 부진을 거쳐 학습 장애를 경험할 위험이 커진다. 학교 교육에서 독서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독서가 각 교과 학습에 미치는 결정적인 영향력 때문이다.
 
 
   21세기의 독서 교육 정책 : ‘교과 독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교과 독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국제독서학회(International Reading Association)에서는 매년 전문가 설문(What's Hot?)을 실시하는데, 2011년에는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전원이 교과 독서를 주목해야 할 주요 주제로 선정했다1). 미국의 경우, 2010년 일종의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인 CCSS(Common Core State Standards)가 고시되면서 교과 독서 전략(content area literacy strategies)이 독서 학계와 현장의 핵심 주제가 되었다.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주제와 양식(mode)의 텍스트를 읽고, 핵심적인 정보를 선별·가공·수용하고 나아가 새로운 지식으로 재생산하는 교과 독서 능력은 세계 각국에서 ‘21세기 기능(21st century skills)’으로 강조되고 있다(NCTE, 2008; U.S. Department of Education, 2002; National Literacy Trust, 2010).
 
   우리 정부도 교과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 7월 ‘초·중등 독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는데, 이 정책에는 독서교육과 관련하여 다섯 가지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그 첫 번째 항목이 ‘학교생활 속 독서교육 강화 : 정규 교과와 연계된 독서활동 활성화’, 즉 교과 독서이다. ‘초·중등 독서 활성화 방안’에서 해당 내용을 살펴보면, 이 정책의 핵심이 1) 국어 교과에서는 독서 활동의 강화(실제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확보와 독서 활동 지원), 2) 타 교과에서는 교과 내용(주제)과 연계하여 교과 독서·토론 활동 강조임을 알 수 있다. 정부의 독서 정책이 ‘교과 독서 중심의 수업 강화’이며, 이는 세계적인 독서 교육의 동향과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1세기 독서교육의 핵심 : ‘자유 독서’에서 ‘학습·교과 독서’로의 이양
 
   교과 독서에 대한 관심은 독서에 대한 국가·사회적 요구에 기반을 둔 것이다. 독서는 목적이나 대상이나 독서 활동의 수준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전통적으로 독자의 이미지는 여가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왔다. 이러한 독서는 일반적으로 독자의 즐거움과 만족(reading for pleasure)을 목적으로 하며, 여가 활동으로 수행되고, 활동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 그래서 ‘취미 독서’나 ‘자유 독서’라 불린다. 독서의 대상은 독자가 좋아하는 책으로 대체로 평이한 내용의 문학 작품이 많다. 자유 독서는 보통 특별한 후속 활동을 수행하지 않는다. 성인들이 여가 시간에 수행하는 독서나 어린 독자들이 수행하는 독서 활동이 이에 해당한다. 어린 독자들에게는 독서에 대한 동기 유발과 독서 습관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유 독서를 강조하게 된다.
 
   반면 상위 학년의 독자들에겐 다른 종류의 독서 활동이 강조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교과 독서이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자유롭게 즐기는 것은 전 연령대의 학생들은 물론 성인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사회·교육적인 차원에서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자유 독서에 있지 않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청소년 독자들에게 강조하는 독서의 핵심은 각 교과 내용을 공부하는 교과 독서나 학습 독서다. 교과 독서는 기본적으로 학습 독서이며, 전문 독서이며, 지식을 이해하고 다루고 생산하는 적극적인 독서 활동이다. 학교의 교과 독서 활동이 대학이나 사회생활에서는 전문 독서나 직무 독서로 이어진다. 텍스트도 문예문 보다는 사회·과학·예술 등 각 분야의 정보를 담고 있는 정보문(informational text)이 일반적이다. 중등 학습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글을 폭넓게 읽고,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교과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독서=자유 독서’라는 왜곡된 인식을 재편하여, 자유 독서와 교과 독서의 균형을 확립하고 나아가 중등에서 요구되는 교과 독서 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 독서, 교실에서 또 도서관에서 교사와 학생의 역량껏 시작해 보기
 
   각 교과 수업에서 독서 활동을 접목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교사와 학생들의 역량을 고려하여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교과 독서 활동은 ‘교과서 읽기 수업’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될 수 있다. 전통적인 수업은 교사가 하나의 교과서를 설명하는 형식이었다. 교과 독서는 수업 내용과 관련하여 교과서 학습 후나 교과서와 병행해서 다양한 부가 텍스트를 제공할 수 있다. 교과 독서 활동을 처음 기획하는 교사는 자신의 교과 내용 중 교과 독서 활동을 수행하고 싶은 몇 개의 주제(themes, topics)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주제나 내용에 대해 어떠한 텍스트를 제공할 것인지를 계획하면 된다. 텍스트의 수준과 길이는 투입하는 시기(단원 마무리, 차시 수업 중, 과제 활동, 교과서와 병행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이때 각 교과의 교과서나 학년별 교육 내용과 연계된 도서 목록(예: 서울시/경기도교육청의 ‘독서수업(교육)’ 매뉴얼,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의 도서목록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차시 단위로 짧은 텍스트를 제공해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확장하는 활동도 좋지만,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텍스트를 읽고 정보를 수합해 탐구활동을 수행하도록 기획하는 것도 좋다. 학생들이 각각의 텍스트에서 중요한 정보를 찾고, 이를 기존에 학습한 내용과 연계해서 이해하고, 읽은 내용과 관련해서 협의하고, 탐구 주제와 관련하여 산출물을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Reading-Talking-Writing/Presenting : 읽고 말하고 표현하기)은 모두 교과 독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서 학교도서관 사서교사와의 협업을 통한 교과 독서 활동도 강조되고 있다. 교실 내에서 조각글을 활용하는 소박한 수준의 교과 독서에서 나아가 교과 담당 교사와 사서교사가 적극적으로 교과 독서용 텍스트를 선정하고 활용하는 방법이다. 다양한 교과 독서 활동을 통해 우리의 학습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들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뛰어난 독서 능력을 갖추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1) www.reading.org/general/publications/blog/BlogSinglePost/10-12-02/What_s_Hot_for_2011_Survey_Reveals_a_Focus_beyond_Primary_Grades.aspx
 
 


[참고문헌]
National Council of Teachers of English. (2008). NCTE position statement:The NCTE definition of 21st century literacies. Urbana, IL: NCTE.
National Literacy Trust. (2010). NLT Policy:Literacy in the Spending Review.
U.S. Department of Educarion. (2002). Reading First.
 
 

 

이순영 교수는 독서교육 전공자이다.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청소년 독서 교육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독서학회, 대학작문학회, 한국어교육학회의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 위원회와 학교도서관진흥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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