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우금리]/ 8. 건강

[스크랩]왕고들빼기 먹기(출처:네이버)

양선재 2016. 10. 5. 11:17

왕고들빼기

쓴 풀, 상추는 사랑받고 나는 왜 사랑받지 못하나?

왕고들빼기

국화과. 1년 또는 2년생 초본이며 종자로 번식한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산지나 들에서 자란다. 8~10월에 연한 황색의 꽃이 핀다.

건강에 가장 위협적인 말은 "반드시 대가를 치룹니다"일 것이다. 나는 종종 남의 건강은 걱정하면서 정작 내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않는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젊었을 때부터 자신을 잘 돌봐야 한다. 여자 나이 사십대가 되면 젊었을 때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때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나 역시 불혹이 넘어설 즈음부터 몸에 비상이 걸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자연과 어우러져 살고 싶었던지라 숲으로 들로, 틈만 되면 나다니기 시작했다. 산과 풀을 접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단식도 경험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여름단식보다 겨울단식이 용이했다.

여름단식이 어려운 것은 손쉽게 먹을 수 있는 풀이 지천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단식을 처음 시도했을 때 나는 외딴 시골에 있었다. 단식 이틀째부터 먹는 욕구로 인해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산책을 한답시고 나와 산길을 가다가 들풀을 씹어 먹고 싶었다. '에라, 들풀 정도야' 하면서 꺾어 먹은 것이 나중에 보니 '왕고들빼기'였다.

당시에는 그것이 먹는 건지 먹지 못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사람이 인접한 곳에 있으니 으레 먹는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한여름의 왕고들빼기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산길이나 들가에 30~60센티미터 정도 쭉 뻗어 있다. 갈퀴처럼 길게 빼어져 잎 모양도 그리 독하게 생기지 않았다.

잎을 하나 뜯으니 잎줄기에서 하얀 유액이 나온다. 나는 조금 뜯어낸 잎을 살살 씹어보았다. 맛이 쓰다. 예부터 입에 쓴 것을 약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약초인가 싶었다. 하얀 유액은 상추에도 있다. 요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상추에서는 하얀 유액을 찾아보기 어렵다. 노지에서 재배한 상추에서나 하얀 유액이 나온다. 이 하얀 유액이 쓴 맛을 내는 것으로 잠을 오게 한다. 진정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상추는 한여름, 고추와 함께 쌈을 해먹는 풀이다.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부속품으로 전락하게 되었지만 수요량은 급속히 늘었다. 그래서 노지에서 잘 자라던 상추가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재배된 상추는 들풀보다 맛이 덜하다. 단식과 보식이 끝나고 난 뒤, 갈비집에서 점심 약속이 있었다. 식당이 조그마한 숲 안에 있었기 때문에 숲길을 걸어서 갔다. 숲길을 두리번거리면서 걸어가는데 그때 맛본 '쓴풀'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먹어보자며 잎사귀를 한 움큼 뜯어서 식당에 가지고 들어갔다. 만난 이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고기와 쌈을 먹기 시작했다.

고기쌈으로 먹은 그 풀의 이름이 바로 '왕고들빼기'다. 한아름 뜯어 와서 된장에 쌈을 싸 먹었던 그 해 여름. 쓴 맛은 내게 정말 약이었다. 채취도 좋지만 아예 농사꾼이 되기로 결심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내 인생의 약은 바로 채취와 농사꾼이 되는 일임을 왕고들빼기가 알려준 셈이다. 5월 고구마를 심을 즈음에 밭을 둘러보면 여기저기서 왕고들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왕고들빼기의 잎 모양이 나오지 않은 터라 초보자의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냥 고들빼기와 비슷하다. 뿌리까지 뽑아 털어서 뿌리를 찬으로 먹는다.

6월이 되면 왕고들빼기들이 비로소 제 모습을 하고 나온다. 그때부터는 어린잎을 뜯어서 먹는다. 이때는 왕고들빼기 뿌리를 캐어 먹어도 괜찮다. 단지 쓴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고역이다. 9월이면 왕고들빼기 꽃이 핀다. 수줍은 시골아낙네처럼 은은하고 소박한 미색 꽃이다. 상추꽃도 비슷하지만 상추꽃은 진한 노란색이다. 흐린 날에는 꽃잎을 닫는다. 민들레처럼 홀씨가 되어 날아가므로 꽃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이 꽃을 채취하여 시골스런 차를 만들어 마시면 좋다.

레시피 왕고들빼기 꽃차

꽃을 잘 따서 1 : 1의 비율로 꿀에 재운다. 15일이 지나서 마시면 좋다. 꽃을 쪄서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말려서 밀봉해 놓는다. 찻잔에 1~2분 우려내면 은은한 향이 퍼진다.

[이렇게 먹자]

왕고들빼기는 어린잎이든 센 잎이든 상추처럼 쌈채로 먹을 수 있다. 상추보다 더 쓴 맛이 난다. 씹기가 불편하면 불에 데쳐 나물로 먹겠지만 이것은 좀 세어도 먹기가 그리 불편하지 않다. 잎을 썰어서 겉절이 무침을 해서 먹어도 좋다. 시큼하게 초고추장으로 무쳐 먹어도 좋다. 얼마나 쓰면 '고채()'라 할까? 산과 들에서 가장 쉽게 채취하여 즐길 수 있는 쌉쌀한 맛이 사람들의 식욕을 돋워준다. 또 그 향은 피를 맑게 해준다.

• 왕고들빼기 쌈
재래식 된장에 마늘, 양파 다진 것, 두부 으깬 것을 넣고, 참깨와 흑미자, 들기름을 섞어 쌈장을 만든다. 왕고들빼기를 따서 깨끗이 씻어 놓고, 밥에 쌈된장을 넣고 먹는다.

• 왕고들빼기 생채
잎을 먹기 좋게 손으로 자른다. 잎을 간장, 파, 마늘, 고춧가루를 넣은 양념으로 무친다. 다 무치고 참기름을 넣는다. 식초가 들어간 양념고추장을 만들어서 무쳐 먹어도 좋다.

• 왕고들빼기 나물
4~5월에는 겨우내 땅속에 있었던 뿌리를 먹는다. 인삼처럼 생긴 뿌리를 캐어서 소금물에 데쳐서 물에 하루 정도 담가 놓고 쓴맛을 우려낸다. 쓴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살짝 데쳐서 먹고, 그냥 무쳐서 먹어도 된다. 고춧가루, 파, 마늘 등 초고추장 또는 그냥 무침양념을 넣어 나물로 해서 먹는다.

• 왕고들빼기 녹즙
잎을 녹즙기에 넣어 즙을 내어 마신다. 쓴 맛이 강하므로 꿀을 감미하여 물에 타서 먹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왕고들빼기 - 쓴 풀, 상추는 사랑받고 나는 왜 사랑받지 못하나?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약이 되는 잡초음식), 2011. 12. 16., 도서출판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