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1위 빈의 비밀, 공공임대주택
SERIES 1.
AUSTRIA WIEN
인천이 묻고, 세계가 답하다 세계가 인정한 ‘살고 싶은’ 도시 탐방
도나우(Donau) 강변에 위치한 오스트리아의 수도 │ 면적 414.6km2 │ 인구 약 187만 명(2017년 기준)
삶의 질 1위 빈의 비밀, 공공임대주택
우리 시 민선 7기 시정 슬로건은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이다.
거창한 구호 대신 소박하지만 핵심이 담긴 메시지다. 시민 참여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살고 싶은 도시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해외 선진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첫번째, 영국의 정치·경제 분석 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선정한 2018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선정된 오스트리아 빈이다.
글 김남중 국민일보 기자 │사진 셔터스톡
집 걱정, 생활비 걱정 없는 도시
오스트리아(Austria)의 수도 빈(Wien)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미국 머서컨설팅그룹이 해마다 조사하는 ‘도시별 삶의 질 순위 보고서’에서도 9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업무나 학업 때문에 나온 사람들이 일이 끝나도 귀국하지 않고 주저앉는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빈이다. 여기 한국 교민들 중에도 그렇게 해서 빈에서 살게 된 경우가 꽤 많다.” 필자가 빈을 방문했을 때 들은 말이다. 사람들이 빈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유럽 굴지의 거대 제국이었던 합스부르크 제국의 찬란한 역사와 유산, 모차르트와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 클림트와 실레의 그림, 슈테판 대성당과 쇤브룬궁전 같은 건축물 등을 우선 거론할 수 있고, UN 본부를 중심으로 수많은 국제기구를 보유한 ‘UN 도시’로서의 국제성도 매력적인 요소다. 흥미로운 것은 빈의 생활비다. 삶의 질 1위 도시임에도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생활비가 가장 낮은 편이다. 핵심은 주거비에 있다. 주민 60%가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월세는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 지난 7월 인터넷 매체인 <허프포스트코리아(Huffpostkorea)>에 빈에 사는 한 저널리스트의 글이 실렸다. 그는 침실 하나짜리 아파트를 월세 300유로에 살고 있다며 본인 소득의 1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찾아오면 이렇게 좋은 집이 이토록 싸다는 걸 믿을 수 없어 한다”며 “빈 말고 다른 곳에서 산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빈은 삶의 질에서 주거 복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살아갈 집을 구하기 어렵고 수입 대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는 곳이라면 그 도시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순 없을 것이다.
세계적 주거 복지 시스템, 비엔나 모델
빈의 주거 복지를 상징하는 건물은 ‘칼 마르크스 호프(Karl Marx Hof)’다. 1930년 빈 외곽에 건축된 이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단지는 ‘빈의 자랑’ ‘인민의 요새’라 불린다. 공동주택이 4면을 둘러싸고 그 가운데 커뮤니티 공간으로 정원을 배치한 구조의 단지들이 너른 녹지대 위로 무려 1,100m나 이어진다. 공동 세탁장, 유치원, 병원, 우체국 등 공용 시설이 전체 건물 면적의 약 20%를 차지한다. 임대주택이란 설명이 없다면 고풍스런 주택 단지로 착각할 수도 있다. 이 오래된 주택에 현재도 1,300여 가구 5,500여 명이 살고 있다. 칼 마르크스 호프는 80여 년 전에 이미 위생적이고 저렴하며 공동체성을 간직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서민 주거 안정을 이루고자 했던 빈 시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사민당이 장악한 빈 시정부는 1923년부터 1934년 사이 임대아파트 380개 단지를 지어 6만 가구를 공급하며 공공임대주택을 주축으로 한 주거 복지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것이 이른바 ‘비엔나 모델’이다. 1999년 지어진 ‘자륵파브릭(Sargfabrik)’은 빈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륵파브릭은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사람들이 모여 조합을 구성하면 시에서 건축비를 장기 저금리로 융자해주는 ‘코하우징 방식’으로 건축됐다. 110가구가 사는데 지하에는 공연장과 카페, 수영장에 도서관까지 갖췄다. 2층에는 커다란 공용 부엌이 있다. 서민들이 사는 임대주택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빈의 공공주택은 2,000개 단지가 넘는다고 한다. 빈의 평균 임대료가 파리, 런던, 취리히의 절반 수준으로 유지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살고 싶은 도시란, 도시라는 공간의 매력이 아니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살고 싶은 도시로 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도시의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방식은 이제 재검토 되어야 한다. 주거, 보육, 교육 등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게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방법이다. 인천시의 살고 싶은 도시라는 방향이 크고 번쩍거리는 것들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도시가 아니라, 탄탄하고 여유로운 도시, 그래서 사람들이 행복한 도시로 나아가길 바란다.
칼 마르크스 호프 전경
1976년경의 오스트리아 기념우표에 등장한 ‘칼 마르크스 호프’의 이미지
자륵파브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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