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 가꾸기

[성숙의 불씨]한국 개신교의 환부들

양선재 2021. 2. 3. 09:58
성숙의 불씨 721호   2021.02.02 ‘성숙의 불씨’는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에서
주 1회(화)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한국 개신교의 환부들

 

 

  바다가 잔잔할 때는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파도가 세차게 치면 물 밑에 깔려 있던 온갖 쓰레기들이 바닷가로 밀려나온다. 한국 개신교가 지금 파도치는 바다와 같다. 코로나19란 광풍이 휘몰아치니 그동안 한국 교회에 숨겨져 있던 환부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인간을 신격화한 이단, 정치단체로 변질된 교회, 전투적이고 광신적인 선교단체, 선교란 이름으로 수행되는 사교육 사업 등 주류 교회들이 몰랐거나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던 집단들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이 애꿎게 병들고, 사망하고, 폐업하고, 실업하고, 온갖 불편을 겪고 있다. 이웃의 고통을 줄여주고, 이웃 대신 고통당해야 할 종교가 오히려 이웃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미안하고 죄송하고 부끄럽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들의 일탈 행위로 한국 개신교도 치명상을 입고 있다. 반사회적 집단으로 내몰리게 되어 개신교에 대한 사회의 신뢰도가 32%에서 21%로 급락했다. 그런 불신은 앞으로 한국 교회의 성장과 사회봉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바다가 모두 쓰레기로 이뤄진 것도 아니고, 본래부터 그렇게 더러운 것도 아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AD 165년부터 15년간이나 로마에 창궐한 전염병(천연두로 추측)으로 로마 인구의 1/3 이상이 사망했는데, 당시 핍박받던 극소수의 기독교인들이 목숨을 걸고 길거리에 버려진 환자들을 정성껏 돌보았다. 그로 말미암아 기독교의 위상이 높아지고 신자의 수가 크게 늘어, 후에 제국의 공인된 종교로 부상하는 발판이 되었다. 1527년 독일에 림프종 흑사병이 유행했을 때, 종교개혁자 루터(M. Luther)는 피신하지 않고 환자들을 돌보면서도 "나는 감염되지 않기 위하여, 그리고 혹시 내가 조심하지 않음으로 다른 사람을 감염시켜서 그들을 죽게 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희생적이면서도 이웃을 감염시키지 않기 위하여 매우 세심하고 합리적인 배려로 행동하고 가르쳤다.

 

  그들의 관심은 자신들이 이익이나 보람이 아니라 이웃의 이익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그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다. 자신의 순교적 신앙, 열정적인 선교, 도덕적인 삶, 축복, 보람, 이익 등이 그 차제로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관심의 초점을 그런 것에 두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웃의 이익에 두는 것이 바로 기독교가 가르치는 사랑이요, 십자가 정신이다. 그래서 히틀러에 반항하다 사형을 당한 본훼퍼(D. Bonhoeffer) 목사는 그리스도를 "타자를 위한 사람"(Christus ist der Mensch für andere)이라 하고, 교회도 "오직 타자를 위해 존재할 때만 진정한 교회"라 했다. 아무리 예배가 중요하고 선교가 중요해도 그것이 이웃에게 해를 끼치고, 특히 코로나19 감염처럼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것이라면, 결코 그리스도를 따르거나 높이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한국 교회를 비판하고 손실에 대한 책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오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종교 단체 관련 확진자수는 전체 확진자수의 8.8%라고 한다. 그런데 일반 시민들은 종교 단체 관련 확진자수를 전체 확진자수의 43.7%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무엇보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기독교 자체를 반사회적 종교로 오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집단 감염을 일으키는 기독교인들도 있지만, 방역에 앞장서서 협조하고 어려운 이웃을 희생적으로 돕는 기독교인도 적지 않다. 대구동산병원이나 평택 박애병원은 기독교 정신으로 감염병 환자 치료에 성심을 다하고 있고, 서울의 5개 대형교회는 교회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하도록 내어놓았으며, 부산의 온천교회는 감염자 전원이 치료제 개발을 위하여 혈청을 제공했고 5,000만 원의 성금도 기탁했다. 그 외에도 복지기관의 52%, 해외 원조단체의 2/3 정도가 개신교와 연결되어 있다.

 

  모든 병은 드러나야 고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는 한국 개신교의 병적 요소들을 드러내고 고치는 데 크게 공헌할 것이다. 비록 막대한 해악을 끼쳤지만, 그런 약점들이 제거되면 한국 개신교는 좀 더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건강해질 수 있고, 사회를 위해서 제대로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큰 부끄러움이고 큰 재앙이지만, 이 실패가 한국 교회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글쓴이  손봉호

※ 글 내용은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