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K KOICA 자문단/파라과이 초등교육

부엔 디아 : 파라과이에서 시작한 인생 2막

양선재 2020. 4. 4. 11:52


부엔 디아 : 파라과이에서 시작한 인생 2

 

글쓴이 : 허인수 (코이카 21기 자문단, 파라과이 파견, 초등교육 전공)

(1708h@hanmail.net, http://blog.daum.net/1708h)

 

은퇴해서 코이카 자문단으로 출국하기 까지

부엔 디아” “께딸파라과이에서 아침에 출근하면 서로 주고 받는 인사말입니다. “부에노스 디아스”(좋은 아침)라는 아침 인사를 줄여서 부엔 디아라 하고, “께딸안녕?” 정도의 의미입니다. 지구 반대편 남미의 내륙국이면서 남미의 심장이라고 일컫는 파라과이로 가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계기에 의해서였습니다.

저는 2019228일 초등교직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3~6월까지 가사 돕기, 국내외 여행, 독서, 텃밭 농사, 도봉산 산책 등을 하며 인생 2막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하루는 제이엠커리어에서 이메일로 은퇴자를 위한 무료 상담 안내가 와서 7151차 상담을 했습니다.

강물에서 바다를 만난 것 같은 인생 2막을 준비하면서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안정되고 익숙한 것에서 결별하여 자기를 찾는 모험을 떠나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962차 상담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모험하고 부딪쳐 보는 것을 숙제로 받았습니다. 학교 밖 세상 경험을 위해 강의나 세미나 등에 참석하던 중 821일 제이엠커리어에서 주관하는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설명회 안내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설명회에 참석하여 코이카 21기 자문단을 모집하는데 그중에 초등교육 전공자를 필요로 하는 나라가 파라과이이며 파견 기간은 1년이라는 것을 알고 아내의 동의를 얻어 초등교육 자문단으로 신청했습니다. 제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는 초등교육이므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평생에 한 번은 남미 쪽에 가보고 싶었던 마음도 지원 동기가 되었습니다.

95일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KMI(한국의학연구소)에서의 신체검사도 무사히 통과하여 1013일 면접(한국어 및 영어), 영어 시험 및 적합도 검사를 받았고 116일 최종 합격되어 1125~126일 국내 교육을 받고 1218일 파라과이로 출국하였습니다.

 

2. 파라과이에서 일시귀국하기까지

파라과이에서 활동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현지 적응

2019.12.19.() 수도 아순시온 도착, 숙소 이동, 휴대전화 개통, 환전

2019.12.20() ~ 12.25() 파라과이 제21기 월드프렌즈자문단 현지 오리엔테이션

- 안전 및 건강, 현지문화 예절, 비자 신청, 은행계좌 개설, 규정 교육, 성인지교육

. 현황 파악

2019.12.26() 교육부 초등교육국 방문, 협력파트너 귀도국장 인사, 자리 배치

2019.12.27() ~ 12.31() 부서 직원 인사, 주거지 계약, 주변 지리 익히기

2020.01.01() ~ 01.31() 교육부 조직법, 초등교육과정, 파라과이 교육 통계 조사

. 자문활동 직무기술서 확인

2020.01.24() 현황 파악 및 국장과의 면담을 거쳐 직무기술서 내용 일부 수정

2020.01.29() 과장, 팀장회의 직무 내용 확인, 출장 일정 등 협의

. AHORA프로그램 참여

2020.02.03() ~ 02. 28() 자문을 위한 자료 조사

) National System of Evaluation of the Educational Process-SNEPE

Latin American Laboratory for Assessment of the Quality of Education-LLECE

2020.03.02() ~ 03. 06() 알토 파라과이 출장

.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재택 근무, 일시 귀국

2020.03.10.() 코로나19 확진자 발표

2020.03.11() ~ 03. 25() 재택 근무

2020.03.26.() 일시귀국을 위해 파라과이 출국

 

3. 파라과이에서의 생활

날씨 : 계절이 한국과 반대. 1월이 한여름으로 평균 기온 30. 7월이 한겨울이지만 10도 이상임. 더운 낮을 피해 학교나 관공서는 07:00 시작.

안전 : 아순시온 시내에서 밝을 때만 생활하여 안전하며, 현지인들이 순박함. 모기에 물리면 뎅게열병에 걸릴 위험이 있어서 야외 활동 시엔 모기퇴치제를 뿌리고, 모기장에서 잠.

의식주 : 아무런 불편이 없으며, 먹거리 물가가 싸고 물이 좋음. 주거는 월세.

언어 : 스페인어 및 과라니어 사용. 구글번역기를 사용하여 의사소통함.

문화, 스포츠 : 현지인들은 기타와 하프 연주, 노래와 춤을 좋아함. 책값이 비싸고 독서를 잘 하지 않음. 축구를 매우 좋아함. 나는 걷기로 운동을 대신함.

한국 교민 : 4천명이 수도와 큰 도시에 모여 살고 있음. 일요일 교회에서 교민을 만남.

교통 : 대중교통은 기차 운행을 하지 않고 버스, 택시만 운행. 낡은 버스 매연으로 도심의 도로변 공기 나쁨. 도심을 벗어나면 공기 맑음. 나는 우버택시를 이용함.

환경 : 쓰레기 분리배출 및 수거가 안됨. 1회용품 및 비닐봉지를 문제의식 없이 남용하고 있음.

식품 : 농식품에 비료와 농약을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여 유기농이 안되고 있음. 야채와 과일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수입에 많이 의존함.

4. 한국과 다른 파라과이 초등 교육

한국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1학년에 입학해서 6학년 졸업할 때까지 매학년도마다 한 학년씩 올라갑니다. 파라과이 초등학교에서는 이와 좀 다릅니다. 그것은 주기(Ciclo)’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주기(1° Ciclo)1~3학년, 둘째 주기(2° Ciclo)4~6학년입니다. 참고로 셋째 주기(3° Ciclo)는 한국의 중학교 과정에 해당합니다.

그럼 왜 이런 제도가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진급(Promoción)’ 제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제도 역시 한국의 초등학교에는 없는 것이죠. ‘진급이란 첫째 주기에서 둘째 주기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파라과이에서 2014년에 제정한 규정 제1525: 기교육과 기본학교교육 수준의 학생 진급 기준 설정에 그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3학년 또는 6학년 학생이 일정한 기준의 성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진급할 수 없습니다. 낙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학생을 구제하기 위해 보충학습, 보완 평가 등의 장치가 있지만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낙제생이 2.86%에 이릅니다. 개중에는 아예 학교에서 탈락하는(일종의 자퇴) 학생들도 있는데 역시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 12%에 달합니다. 말하자면 제대로 졸업하는 학생 비율이 88%인 셈입니다. 그것도 지역차가 있어서 도시 학교는 91%, 시골 학교는 84%의 졸업률을 나타냅니다.

언젠가 모든 학생이 진급을 해서 더 이상 진급제도가 필요없게 되는 날이 오겠지요? 어서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