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 가꾸기

[스크랩]입덕, 입공, 입언

양선재 2020. 2. 25. 20:32


출처 : 성숙의 불씨

입덕, 입공, 입언


  요즘 밖에 나갈 때 마스크가 없으면 선뜻 나서기가 두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이른바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때문이다. 국내에서 확진 환자가 이미 833명이 넘었고, 유증상자도 31,923명이나 된다고 한다. 중국의 우한에서 비롯된 이 바이러스로 인해 지금 우한과 후베이(湖北)에 환자가 집중되고, 중국에서 확진자가 몇 만 명이 넘고, 사망자도 2천 명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확대되어 일본, 홍콩, 중동, 미국 등에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가 수시로 전해진다.


  이 질병의 환자가 몇 십 명에 불과하였을 때 우한의 용감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은 가장 먼저[2019년12월30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알렸지만, 당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 되어 체포되었다. 훈계를 받고 풀려난 뒤 얼마 안 돼 그 자신도 환자를 치료하다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젊은 나이(34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는 병석에 있으면서도 퇴원하는 즉시 바이러스 퇴치 운동에 앞장서겠다고 하였으며, “건전한 사회는 한 가지 의견만 있을 수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가 했다고 하는 말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데, 이른바 그의 아내가 정리했다는 그 내용은 참으로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나는 갑니다. 훈계서 한 장 가지고. 동이 트지 않았지만 나는 갑니다! … 삶은 참 좋지만 나는 갑니다. 나는 다시는 가족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우한 동호(東湖)로 봄나들이를 갈 수 없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우한대학 벚꽃 놀이를 할 수 없습니다. … 나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와 만나기를 꿈꿨습니다. 아들일지 딸일지, 태어나면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 사람의 물결 속에서 나를 찾을 것입니다. 미안하다 아이야! 나는 네가 평범한 아버지를 원했음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평민 영웅이 되었구나. 하늘이 곧 밝습니다. 나는 가야 합니다. 한 장의 보증서를 들고서. 이 일생 유일한 행낭입니다. 감사합니다. … 이번 생애 태산보다 무겁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새털보다 가볍기를 부러워하지도 않았습니다. 유일한 바램은 … 봄이 와 벼락이 칠 때 만일 누군가 나를 기념하려는 이가 있다면, 나를 위해 작디작은 비석하나 세워주기 바랍니다. … 내가 이 세상을 왔다 갔음을 증명해 줄 수 있으면 됩니다. 이름과 성은 있었지만, 아는 것도 두려움도 없었다고. 내 묘지명은 한 마디로 충분합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하여 말을 했습니다.[他爲蒼生說過話]


  리원량 의사는 인간적인 모든 고뇌를 안고 최초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세상에 알렸다. 그는 온 인류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하여 바이러스의 위험을 말한 것이며, 이것을 그의 묘지명에 써 달라고 부탁한 글이다. 당국은 국가 안정을 명목으로 언론을 통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폐렴의 심각성을 알린 용감한 의사이다. 리원량 의사는 말하기 어려움을 무릅쓰고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하여 말을 한 것이다.


  동양에는 예부터 세 가지 사라지지 않는 것, 즉 삼불후(三不朽)가 있다고 한다. 불후란 썩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영원히 남아 있는 것은 없고, 모두 변화하는 가운데  있다. 따라서 살아 있는 것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고, 죽으면 썩어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죽어도 썩지 않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바로 입덕(立德), 입공(立功), 입언(立言)이다. 덕을 세운다는 ‘입덕’은 제도를 창시하고 법도를 후세에 전하여 대중을 구제하는 것이다. 공을 세운다는 ‘입공’은 백성을 위하여 환난과 재난을 막는 것이다. 말을 세운다는 ‘입언’은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학설을 세우거나 사람을 감동시키는 글을 남기거나 역사에 남긴 위대한 사건들을 기록하여 후세에 본보기로 삼아 배우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말은 늘 살아있기 때문이다. 전제군주 시대에 바른 말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비자는 세난(說難)에서 바른 말을 하면 군주의 귀에 거슬려 죽을 수도 있고, 말을 하지 않으면 충성스럽지 못하므로 말을 안 할 수도 없음의 어려움을 토로 했다. 리원량 의사는 당국의 정책에 거슬림을 알고도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세상에 알렸다. 이로 인해 그의 말은 불후의 입언이 되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그가 세상을 떠난 2월 6일을 기념하여 언론자유일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쓴이 / 정인재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전 한국양명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