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우리 아이가 디지털 기기에 빠져 있는 이유

출처 : (월간)교육정책 포럼

우리 아이가 디지털 기기에 빠져 있는 이유

발행일 2019.08.21

필자 조성미

소속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상담사

 

 

  디지털 환경의 일상화, 증가하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유모차에 앉은 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익숙한 일입니다. 자연스레 청소년들의 정보 처리 및 활용 능력은 부모 세대에 비해 향상되었습니다. 그리고 진보된 기술과 새로운 정보들 덕분에 더 많은 편리함과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일상화된 현실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인한 수면 장애, 생산성 저하, 대인관계 방해 등의 기술 간섭 현상(technoference)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매년 실시하는 「스마트폰 과의존¹⁾ 실태조사」에서도 과의존 위험군이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의 비율은 전체 조사대상(만 3세-69세) 중 가장 높았습니다(‘19.02).

 

  스마트폰 과의존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많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보는 것을 좋아하고, 가능하다면 항상 지니고 싶어 합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면 불안을 느끼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로 심리 상담을 받는 청소년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에 대한 애착이 강합니다. 이는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정서적 유대감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지어 자기 자신을 스마트폰과 동일시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더욱이 청소년기에는 발달 특성상 많은 심리 사회적 혼란감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기에 스마트폰 과의존이 청소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비해 그 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에 대한 인식은 초기 단계입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과의존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발생 가능한 폐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고, 스마트폰의 세상 밖에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원인 및 사례

  기존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기기와 콘텐츠 자체의 특성, 사용자 개인의 특성, 가정 및 사회 환경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의존은 여러 요인 간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발현됩니다. 각각의 요인은 스마트폰 과의존의 원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원인별 사례와 특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원인1. 스마트폰 기기 및 콘텐츠 특성

(사례) 중학교 아들이 모바일 게임만 하면서 지냅니다. 아이가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거나 게임 방송을 보느라 아침에 겨우 깨워 학교에 보냅니다. 주말도 온종일 게임을 하며 보냅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주변에서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공부도 좋아했는데, 이제는 게임만큼 재미있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은 사용자 중심의 운영체제와 빠른 속도의 인터넷을 토대로 다양한 콘텐츠를 확장적으로 이용하도록 개발됩니다. 사용자에게 몰입감 및 편리성을 제공하는 기술과 콘텐츠일수록 이용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습관적 이용을 야기합니다. 디지털 콘텐츠도 기술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욕구를 기반으로 진화합니다. 특히 게임과 영상(온라인 게임방송 등)은 청소년들이 메신저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 콘텐츠입니다(2018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19.2.). 게임도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사용자의 강한 몰입과 습관적 이용을 유도하도록 설계됩니다. 즉, 게임은 화려한 기술과 시청각 효과, 단계별 목표와 보상 장치, 점차 성장・발전하는 캐릭터와 레벨,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된 시나리오, 확률형 아이템 등을 활용해 개발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용자가 자극적인 재미를 경험하고 계속 이용함으로써 과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원인2. 청소년 개인의 심리・정서・생리적 특성

(사례) 고등학생 딸이 중학교 때부터 메신저와 SNS에 빠져 학업에 지장이 많았습니다. 딸은 메신저가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창구라고 합니다. 그리고 SNS를 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하기에 딸의 스마트폰 사용을 심하게 제지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어나고, 스스로 조절을 못할 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과 SNS 친구를 맺고 만나기까지 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딸의 스마트폰을 압수했고, 그 이후 딸은 저와 말도 하지 않습니다.

 

  일상화된 스마트폰 사용 및 고속 인터넷으로 인해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과 연락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습니다. 기술의 즉시성과 확장성만큼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과 바로 친구가 될 수 있고, 연결되는 사람의 지역적 경계에도 한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 정도에 비해 사람들 간의 정서적 유대감과 소통의 깊이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외롭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바쁜 부모님보다 AI스피커 또는 챗봇과 이야기하는 것이 쉽습니다. 친구들과도 하루에 수십, 수백 통의 모바일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소외될 것 같은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아이들은 부정적인 정서를 달래거나 회피하려 스마트폰 콘텐츠를 이용합니다. 그리고 이에 재미를 느낄수록 스마트폰만 찾고 의지하게됩니다. 더욱이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과 같은 몰입기술은 사용자가 새로운 체험과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만큼 현실 회피 욕구가 강할수록 빠져들 위험성도 높아집니다.

 

  또한 과의존의 보호요인인 만족지연능력과 자기조절력의 수준은 개인의 기질 또는 생리적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청소년은 당장의 욕구와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또래 친구보다 더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 과정 동안 누적되는 학업 스트레스와 부적응 등의 부정적인 심리적 경험도 당장 이용하기 쉬운 스마트폰의 과의존을 유발하고, 이는 생활습관으로 고착될 수 있습니다. 성장기의 습관은 성인기까지 이어지기 쉽고 개인의 직업적 성취와 생산성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청소년의 보호자는 아이들의 특성과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고 그에 맞는 지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인 3. 가정환경

 

(사례) 초등학교 아들이 유튜브를 보고 비속어와 위험한 행동을 따라합니다. 이 덕분에 아들이 친구들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아이가 조용해서 학교에서의 모습을 알고 너무 놀랐습니다. 아마도 말이 없는 저를 닮았거나, 아이가 잘못하면 무섭게 화내는 남편 때문에 집에서는 얌전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와 남편, 아이 모두 서로 대화하기보다는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나마 아이가 집 밖에서는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더 해로운 행동을 하거나 다칠까봐 걱정입니다.

 

  보호자의 양육태도와 가정환경의 특성도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에 영향을 미칩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양육태도가 일관되고 자녀에 대한 온정과 통제 수준이 모두 높으며 의사소통이 긍정적일수록 자녀가 스마트폰을 바르게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보호자의 스마트폰 사용습관이 긍정적이고 활용역량 및 지식이 높을수록 자녀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또한 맞벌이 가정은 외벌이 가정에 비해 청소년 자녀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 비율이 높았습니다(2018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19.2.). 이를 통해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행동을 관리하고, 가족이 적절한 사용규칙을 실천하는 환경에서 아이의 긍정적인 스마트폰 사용습관이 개발・유지되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원인4. 사회문화

(사례) 중학생 아들이 디지털 기기를 너무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기기를 분해하고 조립하거나 만들며 놀았습니다. 저와 남편은 아이가 오랜 시간동안 집중하고 잘하는 모습이 기특해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습니다. 특히 앞으로는 AI를 비롯해 IoT 등 세상이 디지털화될 텐데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생각해 최신 기기를 적극 쓰는 편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사람들과의 대면 관계에서 많이 서툽니다. 어른을 만나면 인사도 제가 시켜야 겨우 하고, 친한 친구도 없어 걱정입니다.

  스마트폰 과의존의 개념을 구성하는 요인은 현저성²⁾, 조절실패³⁾, 문제적 결과⁴⁾입니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 과의존은 스마트폰 이용자의 심리 사회적 역기능을 주요 요인으로 보고, 스마트폰의 조절 및 균형적 이용을 돕기 위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과의존의 비율이 최초 조사 시점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 이용률의 추이와도 같은데, 결국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 수준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많아지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 현황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의존 위험 비율의 증가폭은 ’15년도 이후 둔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조사대상(만 3세-69세) 중 유・아동 및 고령층의 과의존 위험군이 많아졌고, 과의존 위험 연령층이 확산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요즈음 청소년들은 학교와 학원 일정만으로도 바빠 친구들과 만나거나 운동, 가족여행 등의 여가생활을 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청소년들의 놀이문화는 이미 스마트폰과 온라인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과의존은 청소년 개인의 신체・심리・관계적 측면의 폐해뿐만 아니라 사이버 폭력・범죄와 같은 사회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스마트폰 과의존을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관점도 필요합니다.

 

  디지털 과의존 예방 및 해소방안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용자들의 생활양식이 변했습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었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만큼 어른들도 부주의하면 디지털 기술에 과의존하고 부작용으로 인한 문제를 경험합니다. 더욱이 성인에 비해 자기조절력이 약한 청소년에게 과의존은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신기술의 발전 및 융합에 따라 사회・경제・문화에 걸쳐 여러 가지 긍정적・부정적 변화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과의존과 같은 정보화 역기능을 막기 위해 기술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사용자가 디지털 기술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역기능에 적절히 대처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른들이 지혜를 모아 청소년이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를 통해 재미를 경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 능력과 디지털 역량을 발달시키며 성취감, 소속감, 정체성 발달과 같은 인간 본래의 성장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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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마트폰 과의존’이란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현저성이 증가하고, 이용 조절력이 감소하여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를 말한다.

2) (현저성, salience) 개인의 삶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생활패턴이 다른 행태보다 두드러지고 가장 중요한 활동이되는 것

3) (조절실패, self-control failure) 이용자의 주관적 목표 대비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자율적 조절능력이 떨어지는 것

4) (문제적 결과, serious consequences) 스마트폰 이용으로 인해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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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정보화진흥원(2019.2.). 2018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조성미 선임상담사는 현재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재직하며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해소를 위한 다양한 사업과 콘텐츠 개발·보급,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자

조성미

소속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상담사

발행일

201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