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우금리]/ 5. 전원주택

[스크랩]어느 시인의 흙집 일기

양선재 2017. 8. 29. 13:59

어느 시인의 흙집 일기






전원주택. 누구나 꿈꾸는 삶의 여운이다. 시골은 인간의 본성에 적합하고, 삶의 풍요로움과 일치한다. 도시는 시골을 그리워하며 꿈꾼다. 도시의 존재 목적은 시골을 얻기 위함이다. 그러나 누구도 도시를 버리고 시골로 떠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시골은 두려운 곳이고, 외로운 곳이고, 소외된 곳이며, 모호한 곳이다. 시골은 도시 안에 있지, 도시와 구분된 곳이 아니다. 시골은 여전히 꿈이고 언젠가 가고 싶으나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다.


시골로 가야한다며 삶의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아프든지, 도시에 염증을 느껴 도무지 살아갈 이유를 상실할 때 드디어 시골로 내려간다. 시골에 꿈이 있기 때문이다. 시골은 시간이 멈춘듯 정적이흐르고, 분주함으로 상실한 하늘의 달과 별을 되찾을 수 있다.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사랑하는 님과 밤 하늘의 별을 셀 수 있는 곳이다.



삶의 중턱에 이르고보니 시골로 돌아가고픈 갈증이 심하다. 더이상 도시의 생활을 버티며 나머지 삶을 영위하기가 힘이든다. 그래서 일까 시골에 내려가 하고픈 일들이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려오고, 손이 잡힌다. 전남진의 <어느 시인의 흙집일기>도 시골을 보여준 책이다. 바쁜 도심을 잠시 떠나 부모님이 계시는 산골에 들어가 마당 한 곳에 자신의 은신처를 만들었다. 흙집을 지은 것이다.



"저는 이 책에서 그리 큰 기술이 없어도, 한 번도 집을 지어본 경험이 없어도 손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까지만 증명했습니다. "(6족)


터를 잡고, 재료를 구하고, 벽을 올리고, 지붕을 올리며 마무리하기까지 거의 혼자 힘으로 다했다. 스무평이 되지 않은 작은 집이다. 그러나 그 안에 자기만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집을 짓기 위해 첫번째 해야할 일은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이다.


"이럴 때 아내는 동지이자 적이다."(18쪽)


아내는 언제나 동지이자 적이다. 남편을 가장 잘 알기에 곧잘 반대하곤 한다. 모든 남편의 공통된 고민이리라. 하여튼 그는 그는 아내를 설득했고, 시골로 내려가는데 성공한다. 그래도 집을 지을 수있는 방법은 알아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찾은 것이 전남 화순에 있는 목천흙집연구소다. 이곳에서 한달동안 교육을 받으면 집을 지을 구체적인 계획을 만든다.


시인이라 그런지 문장들이 감수성이 풍부하고 마음의 풍경을 잘 그려주고 있다. 흙집은 기존의 건축법과 많이 다르다. 흙집이니 자연과 친밀해야하고, 자연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해야한다. 좀 더 어려운 말로 '자연친회적 건축'이어야 한다.


"흙집을 짓기 위해서는 그동안 배워온 집이라는, 건축이라는 기존의 개념을 버려야 한다. 흙집은 돌과 나무로 짓는 집이다. 그러므로 어떤 건축학적 이론보다 그 자체를 믿어야 한다. 땅을 믿고 흙을 믿고 돌을 믿고 나무를 믿어야 한다."(28쪽)


집을 지으며 외로웠던 모양이다. 비가 내리는 어느 날 그는 울었다. 가족이 보고 싶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삶의 회의도 찾아 온다. 그래서 그냥 눈물이 흘러 내렸다. 절로 공감이 간다. 믿지 못하는 아내와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웃의 마음 때문에 외로워진 것이다. 


마침내 집이 완성되고 거처가 마련되었다. 삶은 카피되지 않는다. 자기만의 고유한 길이 있다. 그는 그 길을 갔고, 나 또한 나의 길을 찾고 싶다.












출처: http://392766.tistory.com/2448 [정현욱목사의 팡세(Pensé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