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교육/7. 초등교육

[스크랩]산타 바바라 몬테소리 스쿨 교장선생님과의 만남

양선재 2015. 8. 7. 18:43

산타 바바라 몬테소리 스쿨 교장선생님과의 만남_글/조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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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크레존 담당자
  • 등록일2015.08.04
  • 조회수307

산타 바바라 몬테소리 스쿨 교장선생님과의 만남

 

 

 

Santa Barbara에 온 지 이틀째가 되었다.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뒤척이다 날이 밝았다. 밖을 나서니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정말 화창했다. 찌뿌둥한 몸과 마음이 저절로 가벼워졌다.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색 하늘, 쨍하지만 땀이 전혀 나지 않는 뽀송뽀송한 햇살, 우리나라의 따뜻한 봄 날씨와 청명한 가을 날씨가 섞인 듯한 날씨가 저절로 행복한 기분이 들게 했다. ‘LA에 왜 그렇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도대체 한국 사람들이 ‘이런 캘리포니아에 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대답이 실감났다. 왜 늘 이곳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Have a great day!’라고 인사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1년 내내 별로 날씨 변화가 크지 않다던데 정말 겨울에도 이 날씨일까? 1년 내내 이런 날씨에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저녁을 먹고 나서 우연한 만남의 기회가 찾아왔다. 시차 적응을 위해 적어도 11시까지 버티다 자자는 목표로 산책 겸 몬테소리 학교 구경을 나섰더랬다. 창의적인 교육으로 손꼽히는 몬테소리 학교가 Santa Barbara의 Goleta 구역에 있다는 걸 알고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방학 기간이고 저녁 7시가 넘은 시각이라 누가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고, 나중에 본격적으로 취재하러 가기 전 사전 답사 겸 그냥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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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바바라 몬테소리 스쿨과 그 앞마당에 그려진 미국 지도>

 

가보니 개구쟁이 스머프 집들처럼 나지막한 버섯모양의 지붕들을 지고 있는 똑같은 모양의 아담한 건물 7~8 채가 모여 있었는데, 그게 바로 몬테소리 학교였다. 다정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운동장 바닥에 흰 선으로 미국 지도가 주 별로 그려져 있었다. 이곳 아이들은 이 지도 위에서 어떤 놀이를 하면서 놀까? 생각하며 걷는데 한 건물에 희미한 불이 켜져 있고 편안한 복장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나이 든 남자가 보였다. 이곳 관리인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니 바로 문이 열렸다. 한국에서 왔고, 교환교수로 1년 머무를 거고 딸을 초등학교에 보내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내 소개를 하니 매우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명함을 내미는데 놀랍게도 바로 몬테소리 학교의 교장선생님이셨다. 원래 이 시간에 학교에 없는데 기계 고치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잠시 사무실에 나왔다는 것이었다. 이런 우연과 행운이 있나. 교장 선생님 이름은 짐 피츠패트릭Jim Fitzpatrick이고 부인 또한 이곳 몬테소리 교사라고 했다. 다음 기회에 부인도 소개시켜주겠다고 해서 고마웠다. 그리고 잠시 교장선생님과 교실에 들어가서 함께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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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들어가니 (예상대로 그리고 다행히) 일렬로 정렬된 책상과 칠판은 없었다. 교실을 빙 둘러 책장, 인체해부모형, 수학교구, 지도 등 다양한 물건들이 가득했고, 책상과 의자는 전부 치워져 있고 한 가운데에 카펫이 깔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몬테소리 웹사이트에 있는 홍보 동영상에 아이들이 저마다 바닥에 무릎을 꿇거나 엎드리거나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자세가 안좋아질텐데.. 눈나빠질텐데... 불편할텐데... 바닥 더러운데... 우리나라 부모들이라면 할 걱정들이 나레이션처럼 내 머릿속 장면 밑을 흘러갔다.

 

앞에는 칠판 뒤에는 환경미화 보드 가운데는 정렬된 책상...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눈에 환히 그려지는 우리나라 교실 풍경이다. 이제 조금 바뀌어 프로젝트 수업을 할 때는 책상 여섯 개를 붙여놓는 대열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 또한 매우 획일적이다. 창의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이지 않아야 하고 그러려면 창의적인 환경(교실) 셋업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지 꽤 오래된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별 변화는 없다. 기존의 책상이나 칠판을 없애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우리는 왜 그러기가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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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에게 이곳만의 특별한 입학 조건이 있는가를 질문하니 “충분히 똑똑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당신 딸 똑똑하냐?”라고 물어서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더니 “그럼 받아주지”해서 그냥 농담으로 웃어 넘겼는데 이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만났을 때 좀 더 짚고 넘어가야겠다. Jim은 선생님이 주도하지 않고 학생들 개인의 페이스대로 스스로 모색하고 탐구해가는 몬테소리의 수업 과정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학생 두 명에 대한 경험을 얘기해줬다. 한 명은 다섯 살에 몬테소리에 왔는데, 그 아이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매우 특별한 영재임을 강조하면서 몬테소리의 교육이 이 아이의 영재성을 충분히 꽃피워줄 수 있는지 계속 의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결국 이곳에 왔고 그 아이가 아주 훌륭하게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또 한 명의 한국 아이는 초등학교 때 영어를 잘 못한 채 이곳에 왔고 6개월 동안 한 마디도 안했다고 했다. 하지만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자 6개월 만에 말문이 트이고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하기 시작했다면서 아이들마다 개성과 능력이 다름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성적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경쟁이 극심해서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얘기들은 무척 놀라웠다. 미국 서부의 산타바바라라는 작은 지역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한국 교육의 실정을 이다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니. 자기 자식을 영재라고 믿는 한국의 부모들, 무언가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리기보다는 친구를 이기는 기쁨과 좋은 점수를 얻는다는 결과를 위해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의 교육 현실이 새삼 떠올라 마음 무거워지는 시간이었다.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나오면서 이곳의 교육을 움직이는 내재적인 시스템에 대해 좀 더 정확히 들여다보고 정확히 기록해서 우리나라 교육 현실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다지게 되었다. 

 

Santa Barbara Montessori School에 대한 소개

 

몬테소리는 1900년대 초 이탈리아 내과의사였던 마리아 몬테소리 박사의 철학에 의해 창립되었다.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하고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발달시기에 맞춘 교육을 표방한 몬테소리의 철학과 교육법이 호응을 얻으면서 전 세계에 몬테소리 학교가 세워졌다. 몬테소리가 2~6세를 개인의 발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로 설정하고 있는 까닭에 우리나라에서는 몬테소리하면 유치원을 떠올리지만, 몬테소리는 toddler(18개월~2.6세), primary(3~6세), lower elementary(6~9세), upper elementary(9~12세)로 나누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산타바바라 몬테소리 스쿨은 1965년에 세워졌고 총 280여명의 학생과 50명의 교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1) 교육의 목표

“몬테소리는 지적, 사회적, 육체적, 창의적, 윤리적 발전을 돕는다”는 가치 하에 ‘무엇을 배우는가’보다는 ‘어떻게 배우는가’에 역점을 두고 교육하고 있다.

〇 지적능력: 직접 해보게 하는 교구와 조력자 역할을 하는 교사를 통해 개인적인 발달 단계와 학습 스타일에 맞게 교육하여 창의적 사고력, 독립심, 학문적 사고력을 키운다.

〇 사회적능력: 겸손한 리더쉽(leadership with humility)과 참여그룹에 기여하는 능력을 키운다.

〇 육체적능력: 놀이에 참여함으로써 정신과 육체 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민첩성을 기른다.

〇 창의력: 시각예술, 행위예술 등에 노출시킴으로써 지적, 문화적 능력을 강화한다.

〇 윤리적능력: 존중, 책임, 정직, 자기조절, 열정, 헌신, 인내심을 기른다.

 

2) 학급 구성

각 반을 다양한 색깔의 ‘문’으로 구분해놓은 것이 흥미롭다. ‘문’의 은유를 통해 다채로운 빛깔의 문을 열고 새로운 세계로 입문시키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각 범주 안에서 학년이 섞여 있는데 이를 통해 선배와 후배, 동료에게 자연스럽게 배우고 사회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〇 Pre-Primary (Toddler) : 황금빛 문, 하얀 문

〇 Primary : 파란색 문, 감청색 문, 빨간 문, 은빛 문, 노란 문

〇 Lower Elementary : 회색 문, 초록 문, 주황 문, 자줏빛 문

〇 Upper Elementary : 갈색 문

 

3) 커리큘럼

문화학습 Cultural Studies, 어문학 및 예술 Language Arts, 수학 Mathematics, 실제 삶에서 배우는 기술 Practical Life and Learning Skills 으로 크게 범주화되며, 그 안에 세부 주제를 중심으로 학년별로 더 심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〇 문화학습: 자연계 시스템, 물질세계 시스템, 우주와 지구, 자연과학, 역사·문화

이러한 세부 주제를 놓고 toddler에서 계절, 날씨를 배우면, primary에서는 여기에 산 것/죽은 것을 추가적으로 배우고, lower에서는 유기체/무기체, 하지와 동지를, upper에서는 질소, 물의 순환, 종의 이주 등을 추가하여 심화시키는 방식이다.

〇 어문학 및 예술: 듣기, 말하기, 쓰기, 문법, 철자, 손글씨, 비판적 사고, 읽기

‘손글씨’라는 주제에서는 메모의 기술, 컴퓨터 키보드 사용 기술, 글쓰기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독특하고, ‘읽기’라는 주제에서는 다양한 텍스트들(수학텍스트 읽기, 과학텍스트 읽기, 사진 읽기, 잡지 읽기, 블로그 읽기, 희곡이나 시 등 문학장르텍스트 읽기...)을 통해서 허구&비허구 장르에 공통된 문학 장치들에 대해 토론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〇 수학 : 기하학과 측정, 수적 감각과 십진법, 연산, 문제해결전략과 추론

‘문제해결전략과 추론’ 주제에서는 모르는 문제를 풀어가는 인내심을 키우고, 대안 찾는 방법을 배우며, 수학 문제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수학적 언어를 익히도록 하고 있다.

〇 실제 삶에서 배우는 기술 : 저학년때부터 직업적인 마인드를 길러주는 이 커리큘럼이 특히 흥미롭다. 성급하게 ‘너 뭐가 되고 싶니?’라고 꿈을 묻는 게 아니라 독립적인 직업인으로 설 수 있도록 그 소양을 길러주는 교육이 선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 선택하기, 도전적인 일 선택하기,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고 일하기, 일을 완수하기

‘동기’: 협력하여 일하기, 장기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자기 일 하면서 다른 사람 돕기

‘독립심’: 필요할 때 독립적으로 일하기, 목표를 달성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기

‘사회능력’: 다른 사람의 의도 해석하기, 상호작용하기, 다양한 그룹에서 활동하기

‘문제해결’: 문제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협력하기

‘소통’: 자기 이야기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경청·공감하기

‘서비스’: 자신과 환경을 보호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방법을 모색하며,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정신을 기르기

 

이러한 프로그램 하에 ‘the We around the Me’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인식시키고, 경쟁이 없이도 즐겁게 놀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이 어떠하든 간에 모두에게 자신만의 자리와 존재이유가 있음을 알려주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

 

 
조윤경(이화여대 교수, UCSB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