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교육/5. 재난·안전

[성숙의 불씨]'메르스 사태'와 우리의 자화상

양선재 2015. 6. 16. 22:14
  434호 2015. 6. 16
‘성숙의 불씨’는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에서
주 1회(화)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와 우리의 자화상 

 

 


 

 

  화급한 일을 당하면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를 보여주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당황하여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을 하기는 하는데 시키는 것만 처리하는 타율적인 사람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침착하게 대응하고 명시된 임무와 추정된 임무를 탁월하게 수행하는 자율적인 사람이 있다. 이런 자율적인 사람은 미리미리 일을 예상하고 대처방안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와서 일을 해결하는데,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급하지 않으나 중요한 일을 준비하는 장기적 안목과 전략적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의 게릴라 작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오늘 아침 기준으로(16일 09:00시) 메르스 확진 환자 154명, 사망자 19명, 격리 대상자 5,586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통계가 변할지 모른다. 이러한 통계보다 더 무섭고 한심한 것은 근거 없는 유언비어와 편파왜곡으로 국민들을 공포심으로 몰아넣는 일이다. 언론은 진영의 논리에 따라 정부와 당국자의 무능을 집중 보도하는가 하면 보수 언론은 국민의 미성숙한 시민의식을 지적하기도 한다. 적전분열의 고질적 병폐가 재연되고 있다.

 

  보건당국과 질병관리본부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분야에서 급하지 않으나 중요한 일에 전문성을 유지하는 전략적 사고와 행동을 했다면 급한 일이 생기기 전에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다. 관료주의가 무사안일주의로 흘러서 ‘설마-신드롬’에 빠진 결과를 보고 있다. 국민들의 미성숙한 시민의식도 문제이다. 정부의 무능을 은폐하기 위한 꼼수로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린다는 진보언론의 반론을 문제 삼고 싶지 않다.

 

  지난 5월 초 중동 바레인에서 60대 남성이 귀국하여 감기 증세로 평택의 성모병원에 입원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이 환자가 ‘슈퍼 전파자’ 1번 환자이다. 바레인은 메르스 감염지역이 아니며 낙타고기와 유유를 먹지 않으면 문제없다는 당국자를 믿은 사람들만 바보가 되었다. 1번 환자와 접촉했거나 같은 병실에 있었던 38명의 2차 감염자 중에서 14번 환자는 서울로, 16번 환자는 대전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제3차 감염이 시작되었고 이제는 4차 감염 환자가 나오면서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 희생자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확진 환자의 80%는 독감을 앓는 것처럼 지내다가 완치된다고 한다. 예방백신이 없을 뿐 치료는 단계별로 각각 대응 요법이 있고 우리 의료진의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문제는 공포심이다. 이러한 공포심을 악의적으로 조장하거나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병폐의 숙주가 되는 기저질환자들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하여 우리의 자화상을 보았다. ‘메르스 상품’을 판매한다는 사람들, 출근하기 싫어서 가짜 환자 행세를 하는 사람들, 음주단속을 완화한 경찰의 조치를 비웃는 음주운전자들, 싫어하는 병원이나 음식점을 모함하는 사람들, 격리 대상자 중에서 ‘나 하나쯤이야’ 하면서 해외 나들이나 골프 운동을 하는 부끄러운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양산하는 우리의 풍토를 다시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 간병인제, 입원환자를 위문하는 풍습, 하인리히 법칙을 비웃는 ‘설마족’ 등 모두 검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흥분 잘하고 근거 없는 풍문에 쉽게 흔들리는 우리의 자화상을 성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글쓴이 / 이택호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사)평화통일국민포럼 이사/홍보위원장

·철학문화연구소 계간『철학과 현실』 자문위원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성숙의 불씨' 집필위원   

※ 글 내용은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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