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우금리]/ 4. 꽃,나무,숲,생태

[스크랩]수박풀 / 딴이름 : 조로초, 향령초, 야서과묘, 미호인 등

양선재 2016. 9. 12. 13:33

 

수박풀 / 딴이름 : 조로초, 향령초, 야서과묘, 미호인 등olivier21| 2006.05.15 17:01 |조회 483|신고

딴이름 : 조로초, 향령초, 야서과묘, 미호인 등

분포 : 남중부 지방
꽃색 : 흰색에 가까운 미색, 연한 노랑색

개화기 : 6월-10월
크기 : 높이 30-60cm
용도 : 관상용

 

수박풀은 무궁화와 같은 아욱과에 속하는 유럽원산(어떤 곳에는 중부 아프리카라 하는 곳도 있습니다.)의 귀화식물입니다. 우리나라 개항 이후 들어와서 관상용으로 키우던 것이 퍼져나가 지금은 산과 들에서 자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잎의 모양이 수박의 잎처럼 3-5개로 깊게 갈라져 있으므로 수박풀이라고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수박풀은 흰색에 가까운 꽃도 예쁘지만 꽈리를 거꾸로 세워 놓은 듯한 모양의 열매도 볼만합니다. 반투명한 막질에 싸여 있는 열매의 바깥에는 마치 핏줄인 양, 까만 줄이 얼기설기 그어져 있어서 참 이채롭습니다. 한자로 향령초(香鈴草)라는 이름은 "향기나는 방울"이라는 뜻이니 가히 그 아름다움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꽃은 나팔꽃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오전 중에 져 버리므로 활짝 핀 꽃을 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저도 수박풀을 한번도 못보았다가 이번 여름(2001.8.23)에 단양에 있는 풀피리님 댁 뒷산 발치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그때가 저녁 때라서 꽃잎이 완전히 다물고 있어서 못 찍고 다음날 아침 소백산에 오르기 위해 출발하기 5분전에 황급히 달려가서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시간이 아침 8시 30분이었는데 엊저녁까지 볼품없이 쪼그라져 있던 꽃들이 몇 송이나 피어 있어서 입맛대로 골라 찍었던 것이 위 사진입니다.

어떻게 보면, 수박풀의 이름은 누구나 들을 수 있지만 그 자태는,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찾아다니지 않으면 아무나 넘보지 못하는 꽃이니 가히 기품 있는 꽃이라 할만합니다. 꽃말이 "아가씨의 아름다운 자태"라고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일가견 있는 사람이 붙인 멋진 꽃말입니다.

"아침 이슬"을 뜻하는 조로초(朝露草)라는 이름처럼, 여름날 아침 이슬에 촉촉이 젖어, 꽃잎 가득 또르르 이슬방울 굴리며 살며시 피어난 하얀 꽃잎 사이로 정열의 붉은색 감추고, 벌어진 듯 다문 듯 미소짓는 모양이 가히 아름다운 아가씨의 황홀한 자태와 딱 어울리지 않습니까? 요즘 유행하는 여자 화장법 중에 가장 각광받는 것이 촉촉한 피부, 윤기나는 입술과 물이 묻어날 것 같은 해맑은 눈동자입니다. 이슬 맞은 수박풀의 하얀 꽃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완벽함이 무너질까 두려워 차마 건드리진 못하지만, 살짝 입술을 대고 입맞춤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수박풀의 그 미소는 헤프지 않습니다. 하루 온 종일 자기를 찾아오는 아무나에게 값싼 웃음을 팔지 않습니다. 풀잎마다 내려 앉은 이슬이 하나둘 공기 중으로 기화될 시점이면 미련없이 꽃을 닫아 버리는, 기품과 절조를 지닌 꽃이지요. 한번 사랑을 나누고나면 화려한 아름다움보다는 결실의 과정에 더 열심인 모습이 여간 대견스럽지 않습니다. 어쩌면, 아름다움이란 한낱 이슬처럼 짧게 지나가는 것이니 부질없는 데 매달려 정열을 낭비하지 말고 짧은 영화를 누렸거든 주저없이 꿈을 안으로 접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듯 합니다.

시각의 차이는 인생의 갈림길입니다. 어떤 이는 이슬처럼 덧없는 인생이라 말하지만 어떤 이는 이슬처럼 영롱하고 깨끗한 인생이라 말합니다. 이슬은 투명합니다. 투명함이 무엇입니까? 티끌이 될 만한 것이 없는 상태지요. 인샌 전부가 티끌로 가득한 사람이야 말할 가치도 없을 테고, 티끌이 무서워 아무 것도 시도해보지 못한 인생 또한 정말 덧없고 허망하겠지만, 티끌 같은 것조차 모두 다 베풀고 가는 인생이라면 누군들 그 이름 앞에 찬란함과 영롱함을 우러르지 않겠습니까?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개 이 말을 하는 사람은 과정이 그리 아름답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말로 스스로 위안하며 향기롭지 못한 발을 아무 데나 내딛지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과정이 좋지 않은데 어찌 끝이 좋을 수 있습니까? 가리고 싶은 일들을 굳이 가리고 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가는 길은 혼자 가는 길, 누가 봐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를 돌아보는 길에서 과연 무엇을 가리고 무엇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언제나 명심해야 할 말은 "과정이 좋아야 끝도 좋다."는 말입니다. 아울러 "순수한 동기"까지 갖춰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내일이 추석이네요.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오는 걸 보니 올 추석엔 달보기 틀린 것 같습니다. 달이 없으니 소원을 못 빌겠고 달덩이처럼 하얀 수박풀 꽃을 보시면서 결실의 계절을 정답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2001.9.30)